‘민생’ ‘약속’ ‘국민 대통합’ 대통령 강조
여성계, 여성정책실행 권한척도향상 기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시대를 열었다.
19일 치러진 제18대 대선 개표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득표율 51.6%에 1천577만여 표를 얻어 48.0% 1천469만 여 표에 그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경쟁 후보를 누르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투표율 75.8%.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후보로 나서 승리했던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최고치의 기록이다. 과반의 득표율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시대를 연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직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며 '민생 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표결과 박 당선인은 1987년 직선제 부활이후 첫 과반 득표율, 첫 여성 대통령, 첫부녀 대통령 등의 진 기록을 세웠다. 또 이번 선거에서 박 당선인은 서울 호남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강세지역인후보 출신지역 대구 경북에서 80퍼센트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경남 63.8%, 강원62.0%, 부산 60.0%, 울산 59.6% 순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청권에서도 고르게 석권했다. 충남56.7%, 충북 56.2% 등 대전에서도 문후보와 0.3%포인트 표차로 이겼다.
특히 대선 사상 처음으로 호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두 자릿수인 10%대 득표율을 기록한 선거로도 기록된다. 전남 10.0%, 전북13.2%, 광주 7.8%로 평균 10%대 득표율 기록을 세운 것.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은 2030세대의 득표를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506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 세대의 후예인 후보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간 보수 대 진보의 승부로 맞붙은 격이 된 이번 선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국내외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보수적 성향의 중장년층이 총집결, 투표로 존재감을 알렸고, 여기에 선거 중반이후 슬로건으로 내세운 '준비된 여성대통령'론과 경제민주화 쇄신의지에 대한 선점 등이 주효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정부패에서 자유롭고 따뜻한 모성 코드를 담은 여성대통령론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준비된 여성대통령론'은 야당이 앞세운 정권교체 구도도 여지없이 무너뜨렸으며, 여성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데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여성유권자의 경우 6대 4정도로 박 당선인을 선호했다.
선거초반 정수장학회 문제 등 부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과거사 논란에 휩싸여 악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꾸준히 마래로 나아갈 것을 천명한 박 당선인은 특유의 정공법으로 대응, 무리한 정치공학을 멀리하고 원칙주의 노선을 고수했던 게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야권 단일화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캠프에서 개헌론 등을 제기했지만, 민생에 우선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은 점, 젊은 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수 대통합을 위해 이회창 이인제 의원 등의 영입 등 국민대통합시대를 만들기 위한 그의 일관된 의지도 승리의 요인이 분석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대선결과는 21세기 동북아 최초 여성지도자시대를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성차별을 깬 '시대교체'임은 물론 권위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평등사회로 진입하는 시대를 열어, 현재 최하위수준의 국내 여성권한척도도 진일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동북아지역에서 더욱이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자리를 여성에게 맡기는 데에 대한 선입관과 사회적 통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유권자 과반이 여성지도자를 선택한 것은 부정부패나 갈등 조정,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국정운영에서 여성리더십이 남성리더십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여성리더십론을 새누리당이 십분활용,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통해 열어가는 새세상론을 시대정신으로 강조한 것도 대선 성공의 요인 중 하나다.
한편 박 당선인에게 거는 여성계의 기대감도 크다. MB정부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바로 여성정책 부문이었음을 상기 시키며 " 박 당선인은 국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적극 도입하고 모든 분야의 격차를 해소해나감으로써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협은 20일 성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여성의 고용개선, 여성대표성 제고, 여성을 향한 모든 형태의 폭력 추방, 성주류화 강화, 돌봄의 공공성 실현 등 한국이 양성평등 선진국 반열에 올라가기 위해 갈 길이 너무나 멀다”며 “박 당선인은 부디 여성의 권익신장과 양성평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순희 기자
[2012년 12월 21일 제37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