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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희생의 현장을 인권의 현장으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 철거

여성인권단체 대안공간마련 촉구
 
 
지난 2002년 1월 전북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화재가 발생, 14명의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희생된 지 올해로 11년. 오는 25일 참사의 현장이 철거를 시작했다.
 
이를 기념해 사)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군산여성의 전화 등은 25일 오후 1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건물 앞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철거 자리에 성매매여성 인권의 의미를 담은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은 지울 수 없는 역사다.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켜라"는 게 이들 여성인권단체들의 요구사항.여성인권단체는 해당 자치단체가 "그동안 새로운 대안이나 건물활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건물 철거를 전제로 한 과정만을 행정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몇 차례 지역관련 단체와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건물의 안전성을 이유로 건물을 철거하는 것까지는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활용방안이나 새로운 공간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하지 않은 체, 철거를 강행하게 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들 단체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아동에게 안전하고 지역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은 때, 특히 역사적 사건으로 경종을 울리거나 후대에 극복해서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을 제대로 살려내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4년 3월 ‘국가가 강력하게 성산업에 대응할 것’을 중심으로 한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계기가 되기도 한 군산유흥주점 참사는 우리사회의 성산업 착취구조와 성매매의 실태, 여성들의 인권현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곳 당시 문제의 건물은 겉에서 보면 너무도 멀쩡해 보이는 유리창, 넓어 보이는공간, 화려하게 불빛을 비추는 유흥주점들의 간판 속 내부는 너무도 참담함 그 자체.밖으로 잠겨 지는 시건장치, 좁은 통로에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을 넘어 2층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고 여성들 모두는 2층계단에서 숨을 거뒀던 사건이다.
 
겉은 유리창이지만 건물 내부는 모두 베니어 합판위에 벽지로 막혀진 벽일 뿐이었고 방에 있는 작은 유리창조차도 판자로 막혀진 공간에서 힘들게 버텨오다가 화재로 인해 모든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군산시는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여성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망한 것’처럼 사건관련 내용을 발표하여 여성들을 분노케 했고, 결국 사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한 여성시민사회단체의 연대투쟁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에서 승리하여 여성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매년 민들레 순례단은 전국을 순회하며 피해여성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참사현장에서부터 개최해왔고 당시 유가족들은 손해배상금으로 자신들이 받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을 군산시에 전달, 지역과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단체와 의논하여 사용되기를 바라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추모단체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상과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생존자들이 겪었던 당시의 상황과 삶의 흔적들이 여전하고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현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허물어 버린다고 우리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거나 치유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이곳에 새로운 공간을 조성, 그들의 삶을 삭제하지 않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함께 기억하고 다짐할 수 있는 대안 공간이 다시 세워지기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날 여성인권단체들은 추모사 낭독과 추모공연, 성명서 발표 등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종이학의 염원을 담아 날렸다.
 

김유혜민 기자
[2013년 2월 25일 제3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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