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를 통한 유권자 직접 선택
다섯 번째 아시아 '부녀(父女) 대통령'이 탄생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부녀대통령'이 배출됐다.
인디라 간디, 베나지르 부토, 글로리아아로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세계정치사에 여성 대통령 또는 총리로 이름을 남긴 여장부들이다. 이들의 아버지 역시 대통령이나 총리였다. 모두 아시아에서 배출됐다.
제일 먼저 부녀지도자의 길을 거친 이는 인도의 첫 여성 총리였던 인디라 간디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의 독립영웅이자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다. 간디 총리는 1966년부터 1977년까지 3번 연속 총리를 역임했고 1980년부터 1984년까지 4번째 총리를 역임했다.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 역시 아버지에 이어 국가수반에 올랐다. 아버지 줄피카르 부토는 1971~1973년 대통령을 지냈고 1973년부터 총리로 재직하다 1977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처형당했다.
베나지르 부토는 이후 옥고와 영국 망명을 거쳐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1988년 이슬람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필리핀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이다.
또 하나의 부녀대통령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인 아흐맛 수카르노. 건국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시아 부녀 대통령’의 탄생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시아의 압축적인 근대화 역사가 권력 대물림의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박사명 한국동남구소 이사장 겸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왕정에 이은 군부 독재 등으로 민주선거 경험이 적다”면서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이름, 알려진 가문에 리더십을 맡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권자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됐고 자신만의 정치 경험이 뚜렷하기 때문에 아시아 ‘부녀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서 볼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학을 연구해 온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은 15년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여느 아시아 부녀 대통령의 전근대성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기량 기자
[2013년 2월 25일 제39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