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행복한 나라, 스웨덴에 길을 묻다
여성고용률이 높으면서 출산율도 높은 대표적인 나라인 스웨덴은 어떻게 일 가정양립정책을 펼쳐왔고, 어떻게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을까.
일 가정 양립환경마련 등 출산율 증대와 일자리 문제는 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떠안고 있는 현안이자 당면과제.
남성과 여성이 파트너로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제대로 양립할 수 있기 위해 스웨덴은 어떠한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정책을 추진해왔는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일가정 양립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부산시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남녀고용평등강조기간을 맞아 21일 오후2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아버지, 일과 가족의 라이프 퍼즐 맞추기"를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열고, 주한 스웨덴 대사 라르스 다니엘 손을 연사로 초청, '스웨덴의 일 가정양립 정책'을 알아보는 등 부산의 일 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육아휴직 체험사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다니엘 손 대사는 "스웨덴 여성(20~64세)의 82%가 전일제 혹은 시간제 일을 할 정도로 경제활동 참여율은 높지만 출산율(합계 출산율 2014년 기준 1.94명) 또한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보육비용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보편화된 공보육과 가족 내 상호의존성은 배우자에 대한 개인별 분리과세를 통해 최소화 하는 등 가족법개혁에 있었다"고 일축했다.
즉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내는데 대한 수용과 공보육 시스템에 대한 신뢰, 성관련 통계를 활용하여 성 평등의 필요성에 주목하도록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남성에 대해 그들도 가정생활에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계속적 주장들이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스웨덴식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방편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 가정 양립을 추구하려면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다니엘 손 대사는 일 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두 사람의 경제활동이 인센티브가 더 많아지도록 하는 정책과 전일제 보육 실시 규정을 보편화 하는 등 18개월까지 유급휴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도 도움이 됐다는 것.
수입의 30% 높은 세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
성관련 통계 활용 성 평등의 중요성 주목케
여성 시간제보다 전일제, 경제적 독립 도움
이와 함께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했다며, 남성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널리 확산되는데 스웨덴도 3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모든 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 발전해온 만큼 10년이면 가능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남녀모두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일 경우 스웨덴은 여성의 무급휴가가 3.5시간이고 남성의 무급휴가가 2.5시간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비해 한국은 워킹 맘의 무급가사가 3.5시간이라면 남성은 30분에 불과하고 이것도 주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겨우 13분이라는 것은 한국사회 남성들의 의식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다니엘 손 주한 스웨덴대사는 일하는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시간제 일자리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퇴직 연령이 다가올 때 쯤이면 시간제 근무가 연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노후경제적 독립을 염두에 둔다면 시간제보다 전일제가 중요하다는 것.
이같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스웨덴의 경우 노동자(근로자 95% 노조가입)들의 전일제로 일할 권리에 대한 주장이 높아졌고, 노사협의 시 전일제를 희망할 경우 적극적으로 들어주거나 일하는 장소를 유연하게 해주는 등 근로형태의 변화가 그 대안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최청락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일가정양립지원센터장은 "부산의 생산가능연령 인구의 36.5%가 육아 및 가사로 비경제활동상태에 있고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경력단절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게 부산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일 가정 양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성은 53.6%인데 비해 남성은 23%, 가정일로 이직이나 퇴직을 고려해본 여성이 39.9%인데 비해 남성은 15.8%이고 주중 가정관리시간도 여성(3.43시간)이 남성(2.98시간)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활용되는 수준은 낮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특히 남성의 참여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 부산의 남성육아휴직자는 2015년 1분기 기준 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증가한 수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지만 기업의 비용부담이 주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직장과 지역보육을 연계한 보육지원 정책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는 육아휴직을 체험한 윤지환 부산시설공단 재무회계팀 대리도 참석,경험사례를 공유했다. 윤지환 대리는 "처음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사회적으로 격리되는데 따른 소외감과 승진에 대한 불안감,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 등이 부담이 됐지만 육아의 기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며 다만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1년간 육아휴직을 다 채우지 못하고 9개월만에 복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윤 대리는 "단축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급여산정 직무 평가문제나 제도정비가 보완되어야 아빠 휴직이나 맞벌이 가정 일 가정양립에 도움이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2015남녀고용평등강조기간 동안 21일부터 오는 6월 5일까지 부산시청 1층도시철도 연결통로에서는 스웨덴 가족의 역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이프 퍼즐, 스웨덴 일가정 양립 사진전'도 개최한다.
유순희 기자
[2015년 5월 25일 제64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