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부산시협의회(회장 정분옥)은 지난 24일 오후 2시 부산연제경찰서(서장 김성식) 웨딩홀에서 탈북민 합동결혼식을 갖고 북한이탈주민 2쌍의 부부를 탄생시켰다.
이날 합동결혼식은 연제경찰서 신변보호담당관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새터민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민족통일부산시협의회 측의 지원을 받아 합동결혼식을 추진하게 되었다.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가족, 친지를 비롯, 축하하기 위해 연제경찰서장, 이위준 연제구청장, 정분옥 민족통일지역협의회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으며, 민족통일부산시협의회 도움을 받아 결혼식, 혼수품, 가전제품 등 경비를 마련해 주었다.
이날 결혼한 두 쌍의 부부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박모씨 부인은 남편이 지병으로 1~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병력같은 의사 말을 듣고 박씨의 부인은 이대로 남편을 죽게 할 수 없다며 남편을 데리고 탈북을 결심하고 무작정 도강을 하였다. 중국과 접경지역인 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태국을 거치면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긴 끝에 구사일생으로 2개월여 만에 꿈에도 그리던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입국 후 치료를 꾸준히 받은 결과 남편의 지병이 많이 호전되었지만 북에 두고 온 어린 아들이 내내 마음에 걸려 밤새 울기도 하였다고 한다.
부인의 부축을 받아야 할 만큼 지병이 심한 남편과 아들을 동시에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고심 끝에 어린 아들을 가까운 친척에게 맡기고 온 것이다. 연제경찰서 보안계 신변보호담당관들의 배려 덕분에 동거 후 14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박모씨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가슴 아팠던 기억들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탈북민 이모씨(45세, 여)는 5년 전, 현 남편인 김모씨(53세)와 만나 맞벌이 부부로 동거를 시작하였다. 서로 다른 문화속에서 살아온 탓에 처음 우려했던 것 보다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넉넉지 못한 가정 사정, 전처 사이에 소생한 아이들과의 갈등, 탈북민이라는 곱지만 않은 시선, 남편의 잦은 술자리와 폭행으로 더 이상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고민끝에 어려움을 연제서 신변보호담당관에게 털어 놓게 되었고 결국 이것이 발단이 되어 새로운 가정으로 태어난 계기가 되었다.
“상대의 변화를 원하기보단 내가 먼저 변해라”는 신변보호관의 가르침이 우리가족 모두를 변하게 만들었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로따로 만나 “스스로 변화”하기를 원했다. 그 후 남편은 “야”대신 “여보”라는 호칭과 폭행하던 손으로 팔다리를주물러 주는 남편으로 변모한 것이다. 원수처럼 대하던 아이들도 “엄마”라는 표현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로 가정해체라는 위기까지 갔던 어두웠던 생활이 웃음꽃이 만발한 따뜻하고 소중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번 결혼식과 더불어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포부를 얘기했다.
안선영 기자
[2015년 7월 24일 제66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