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어디까지 왔을까. 여성의 정체성을 찾고 여성운동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차원에서 기획된 여성인권대학이 올해 다시 문을 열었다.
3세대 여성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개최되는 여성인권대학은 여성이 처한 현실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사회를 살펴보는 마인드를 길러주는 교육.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정경숙)이 마련하는 여성인권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2회째다.총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제2회 여성인권대학’은 9월 4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5시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여성인권대학에서는 여성주의, 경제, 가족, 여성운동, 문화,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해 성찰하고 전망했다.
올해 여성인권대학은 ‘나는 당사자다’가 주제이다. 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이 처한 현실을 당사자가 직접 겪은 소외와 배제, 모욕, 차별적인 시선, 인권침해, 침묵을 강요하게 하는 문화를 공공의 장을 통해 드러내고 말함으로써 여성혐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배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2000년대 이후 운동의 주체로서의 당사자 운동이 부각됨에 따라 당사자성에 대해 알고 나와 다른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봄으로써 우리가 사는 다양한 세상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강의는 지난 4일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의 ‘세상의 중심에서 여성주의를 외치다’를 시작으로 페미니즘과 젠더, 불평등해소를 위한 이론과 실천 등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서 이나영 교수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노력으로 성차별의 감옥, 성차별주의에 갇히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어진 강의는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예비역 중령 피우진이 강사로 나서 ‘내 인생은 군대였다’를 주제로 여군과 군대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여성 헬기조종사 1호로 대한민국 산야를 누벼 온 피우진 중령은 여군이 창설된 1950년부터 1988년까지 여군의 결혼 제한, 성(性)이 병과개념으로 존재하던 시절, 진급이나 보직에서의 불평등 등 여성성에 갇혀 박탈당한 여군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군대생활 속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냈다.
피우진 강사는 “법과 제도는 평등하게 보완·발전됐지만 여전히 여군에 대한 인식은 25년 전에 머물러 있다”면서 여성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여군과 군대의 현실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또 “의무를 다하게 위해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병사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군대문화의 변화를 위해 많은 여성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의 마지막 강연이 될 18일(금) 세번째 특강은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을 엮은이 김현선 강사가 일본군 위안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군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했다. 이어지는 10월과 11월 특강에서는 성매매여성, 성소수자(트랜스젠더), 비정규직 여성문제 등 다양한 주제와 함께 당사자와 직접 여성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부산여성단체연합으로 문의하면 된다. 051-802-6083
유시윤 기자
[2015년 9월 24일 제68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