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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소녀들의 넋, 따뜻한 마중…영화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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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귀향’에서 극중 정민(강하나)이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가는 장면.
 
무려 14년의 기다림, 세계 각지75,270명의 시민 후원자, 실화의 재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영화‘귀향’이 24일 개봉했다. 2월 4일 언론시사회 이후 연일화제가 됐지만, 개봉당일 전국기준340여개 상영관에 ‘스크린 500개확보’, ‘예매율 1위’는 놀라운 결과다.
 
 ‘귀향’의 제작일기는 지난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을 각본·연출·제작한 조정래 감독은 그 해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리고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심리치료를 통해서 그린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과 그들이 겪은 고통을 영상으로 기록해 시나리오를 완성한것.
 
그로부터 기나긴 우여곡절이 시작됐다. 수 년 동안 많은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고 좌절하기를 수차례. 영화를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중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진행했는데 7만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제작비의 50% 가량을 모아 영화를 촬영, 힘들게 후반작업을 마쳤다.
 
출연 배우와 촬영 스텝들의 재능기부도 영화 제작에 큰 힘을 보탰다. 4일 언론시사회에서 조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여러 배우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 주셨다. 영화에서영옥 역을 맡은 배우 손숙은 100%재능기부로 참여 하셨다. 또한 많은 재일교포 분들이 출연했는데 주인공 정민 역을 맡은 강하나도 재일교포”라며 출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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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은 1943년 경남 거창의 시골에 사는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채 가족의 품을 떠나는 장면으로시작한다.
 
정민은 함께 끌려온 열다섯 살언니 영희(서미지), 그리고 꽃다운 소녀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제2차 세계대전, 차디찬 전장 한가운데인 위안소에 버려진 소녀들.낯선 땅에서 몸과 마음을 짓밟힌 채 “여기가 지옥이다”라고 흐느낀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정민과 신내림을 받은 1990년대 소녀 은경(최리)의 사연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또한 참혹한 실상을 다루고 있지만 일본의 만행이나 위안부의 모습 등 자극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가시리’ 등 구슬픈 배경 음악을 통해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 루만져 준다.
 
영화를 알리느라 동분서주 중인 조정래 감독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영화가 비록 굉장히 슬프고 아프지만 마지막에 나비가 되어서 소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시거든요. 그것을 다 같이 관객 분들과 함께 맞이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 영화를 한 번 상영할 때마다 소녀들의 영혼이 정말 고향 집에 찾아오신다고 믿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그러한 의미를 담았으니까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 영화를 잘 봐주시고 함께 손을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영화에 단역으로 재능기부를 했던 서동호(47)씨는 “영화를 찍는 내내 참담한 과거, 피해자들의 고통이 전해져 마음이 아팠고 그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힘들어도 꼭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라고 소회을 전했다.
 
‘귀향’은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았다. 20만 명이 넘는 소녀들이 끌려갔고, 238명 만이 돌아왔으며 현재 44명 만이 생존해 있다. 영화 개봉 후 더해가는 국민들의 관심으로 인해, 제작하고 개봉하기까지 그 험난했던 과정은 이제 감동의 프로젝트가 되고, 영화 ‘귀향’은 문화적 증거물로 당당히 남을 것이다.
 
박정은 기자
[2016년 2월 26일 제7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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