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이 최근 2년사이 2.5배 증가하는 등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 여성들이 성희롱과 부당해고, 임금체불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근 2015년 전국 9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수원, 안산, 전북, 대구, 마산창원,부산) 평등의 전화에서 상담한 사례를 분석하여「2015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을 발간했다.
분석기간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로, 총 2,487건(재상담 제외)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여성 2,307건(92.8%), 남성 180건(7.2%)이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상담 경향과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남성 상담과 재상담은 제외했다.
2015년 상담유형 중에는 근로조건 관련 상담이 36.5%(834건)로 가장 많았으며 모성권 관련 상담도 31.4%(725건)에 달했다. 상담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의 급속한 증가.
2013년 8.9%(236건)이었던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015 년에 22.0%(508건)으로 2.5배 증가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의 증가는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력 관계의 하위에 위치하며 남성중심적 작업장 문화에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 쉬운 현실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반면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임을 지적하고 공론화하는 여론의 영향으로 민감성이 높아진 여성노동자들이 예전에 비해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실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25~29세에서 37.2%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정규직의 경우 30~34세가 26.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25~29세가 20.3%, 35세 이상 연령대에도 비슷한 비율을 보이는데 반해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5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31.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 높은 비율이 20.7%로 40~49세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로 인해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사업장내 지위 또한 취약한 중고령층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에 더욱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 중 34.0%(155건)이 피해자 유발론에서 해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직장 내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등 이중 삼중의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 불이익 조치 금지와 관련된 법조항이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법제도로의 변경이 요구된다.
또한, 근로조건 항목의 세부상담내용 중 임금체불 관련 상담이 34.8%(294건)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임금체불 관련 내담자 중 86.2%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임금체불이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령별 근로조건 상세 항목 분포를 살펴보면, 모든 항목에서 40대 이상이 높은 상담 비율을 보이고 있다. 임금체불은 60.8%, 부당해고 71.9%, 직업병 및 4대 보험 76.5%, 부당행위70.0%, 휴가 및 휴게시간 66.7%, 기타 51.2%로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 비중을 나타냈다.
이는 중고령층 여성노동자일수록 노동시장내에서 다양한 불이익에 노출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모성권 상담 중에는 육아휴직 상담이 292건(39.9%), 출산휴가 상담이 290건(39.6%)로 거의 비슷했고, 임신출산불이익 및 해고가 137건(18.7%)의 상담 비율을 보였다.
내담자의 고용유형에 따라 모성권의 구체적인 상담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정규직의 경우, 육아휴직관련 상담 비율이 41.6%로 가장 높았으나 비정규직 은 출산 휴가 사용 관련한 상담이 55.0%로 나타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출산전후휴가 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상담 중 눈에 띄는 점은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관련한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상담 중 육아휴직이 23.3%(42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육아휴직을 사용 하려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산휴가 관련 상담 비율도 13.3%(24건)을 보이고 있어 부성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남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여성노동자회는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5일 이내(3일 유급)로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고 사회적으로도 수용적인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어 점차 남성들의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조차도 사용이 용이하지 않아 상담실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세한 상담통계 분석 결과와 사례는 한국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 공개자료실「 2015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박정은 기자
[2016년 3월 30일 제74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