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할머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고 역사적 산 교육의 증표가 될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3.1절을 기념해 첫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김문숙 부산정대협회장이 소녀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에도 첫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1일 3.1절 기념일을 맞아 부산 진구 어린이대공원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 한 켠에 세워진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16㎡ 규모에 긴 생머리를 땋은 소녀가 한 쪽 손을 가슴에 얹고 벽면 밖으로 걸어나온 듯 서 있는 입상이다.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이하 부산정대협)가 추진해 온 부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주관측 관계자와 시민단체대표 등 대부분 언론보도를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가한 일반 시민들이 100여명 참가한 가운데 소박하게 열렸다.
소녀상 건립 예산은 주관단체인 부산정대협이 기부금 모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부산시가 행정적 지원을 도와 모금한 기금과 뜻있는 단체와 개인 등의 기부금으로 건립됐으며, 이날 행사 진행은 부산시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기리고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는 산 교훈 차원의 교육적 기념비 건립이라는 점에서 뜻있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 기관장 등 시민사회대표들이 대거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
이날 행사장을 찾은 김석준 교육감도 행사소식을 접하고 스스로 찾은 케이스. 교육자로서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찾은 발길이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부진 표정의 청동 소녀상 옆에는 '일제 강점기 동안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역사적 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합니다'라는 내용의 추모문이 담긴 현판도 설치됐다.
부산평화의 소녀상은 한때 설치 장소를 정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지만 학생 봉사자들의 도움과 기업의 재능기부 후원 등으로 마침내 이곳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동편 광장에 세워졌다.
소녀상 제작은 서울의 이원석 작가와 장인철 동남종합기술공사 대표이사가 맡았다. 전국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소녀상은 다소곳이 앉아있는 단발머리의 소녀상. 그러나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디자인도 의미도 다른 입상으로 공간적 해석이 재미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뒤편 음각 그림자는 소녀의 현재인 할머니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결의에 찬 단발소녀는 당시의 그녀들. 이원석 소녀상 작가는 “현재 할머니들이 투쟁하고 인권과 전쟁, 당신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투쟁하는 모습들을 과거의 소녀들 몸에 환생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흰 천에 둘러싸인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감격적인 포옹과 함께 꽃다발을 목에 걸어바친 김문숙 부산 정대협 이사장은 “그동안 부지 문제 등으로 오래 시간을 끌었지만 학생 기업 등 관심있는 시민들의 협조로 국내에서는 40번째 소녀상이자 부산에서는 첫 소녀상이 세워지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에게는 위로가, 일본에게는 각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정대협 측은 부산평화의 소녀상은 이번에 이어 향후 모금활동 등을 통해 일본영사관 앞에 두번째 소녀상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보금자리인 ‘민족과 여성역사관’을 지키기 위해 부산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비영리대학생 단체 ‘내일’은 내일팔찌, 내일파우치, 소녀배지 등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김유혜민 기자
[2016년 3월 30일 제74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