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 무렵, 기장내리 안적사 가는 길목의 한 농원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들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해운대문화예술원 회원들이 12일 오전 11시~오후 2시까지 ‘3월 삼짇날 화전놀이’를 개최한 것. 이번 행사는 봄기운이 왕성하고 흥이 절로 난다는 삼짇날, 부녀자들이 경치 좋은 산과 들을 찾아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쳐 먹던 전통놀이를 재현한 것이다.
이순희 해운대문화예술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옛날 부녀자들이 화전놀이를 할 때는 찹쌀가루 반죽에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둥글게 지져 먹는 ‘화전’ 외에, 녹두가루 반죽을 익혀서 가늘게 썬 뒤 오미자 물에 꿀을 타고 잣을 넣은 ‘화면’을 먹기도 하고, 그 지방 특유의 음식도 먹으며 하루를 즐겼다”며, “오늘 만큼은 봄꽃도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기분을 내라”고 북돋았다.
이 날 행사는 40여명의 참가자들이 각 4개 팀으로 나누어 펼치는 ‘화전만들기’ 경연으로 치러졌다. 각 팀원들은 서로 도와가며 전통음식의 맛과 멋을 살리느라 분주했고, 평소 숨겨 두었던 예술 감각을 한껏 뽐냈다.
분홍, 노랑, 하양, 녹색 반죽에 진달래, 유채꽃, 쑥, 대추 등을 다양한 모양으로 올려 전을 부친 뒤 보기 좋게 담아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화전의 익은 정도, 크기, 모양, 협동심 등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심사가 이뤄졌고 1등부터 4등까지 등수를 매겨 심사평과 함께 상품이 주어졌다.
또 참가자들은 경연이 끝나고 직접 만든 화전에 준비해온 떡과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한 참가자는 “화전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야외로 나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어울리는 이 자체가 정말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옛 여성들이 일 년에 한 번 해방돼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담소를 나누며 유대감을 형성하던 ‘화전놀이’. 이번 행사를 통해 풍류어린 전통 문화를 소박하게나마 맛 볼 수 있었던 까닭일까? 단아하고 고운 한복에 머릿수건을 두른 여성들의 표정에는 너그러움과 여유가 넘쳤다.
한편, 해운대 문화예술원은 이후에도 두 달 간격으로 제다수업 차덖기, 5월 단오 다례 참가, 칠월칠석여름달빛차회, 최치원 선생 추념 헌공다례 행사를 개최해 우리 전통문화들을 가꾸고 알리는 일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박정은 기자
[2016년 4월 22일 제75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