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성 국회의원 “0”명
부산여성계 위상 자존심 “추락”한 총선
여성국회의원들의 총선 성과 약진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해 아쉬움이 큰 4.13총선에 대한 평가의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은 본지 운영위원들의 20대 총선 평가 간담회.
예측이상의 선거이변을 낳은 4.13총선이 끝났다. 20대 총선 여성당선비율은 전체의석 300석 가운데 지역구 26석, 비례 25석을 포함한 51석(17%)을 차지했다. 역대 여성국회의원 최고 비율이다. 그러나 전체 여성의석 수의 증가라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경우 여성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해 새천년이후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부산여성계는 20대 총선결과를 한마디로 ‘치욕’, ‘패배’, ‘위상추락’으로 정리한다. 자존심까지 상처를 받은 부산지역 여성계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이번 선거를 자성의 계기로 삼고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본지는 여야 3당에서조차 비례대표 영입 대상에서 외면할 만큼 실추된 부산여성계의 위상을 바로세우고 미래 여성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운영위원 중심 20대 총선 평가 간담회를 열고 총선 이모저모에 대한 난상토론 형태의 간담회를 열었다.
<편집자 주>
▲사회자(유순희 대표)= “민심은 살아있었다.” “부산시민들 대단하다.” “투표결과에서 민심을 바로 읽어야 한다.” 선거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이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 된다던 곳이 여당의 텃밭, 부산이었다.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던 골수 보수층마저도 등을 돌린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많은 여성후보들이 당선된 데 비해 부산은 그나마 공천받은 두 명의 여성후보조차 낙선하면서 역대 부산대표 여성국회의원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서 각자 느낀 소감을 말해달라.
▲김래연 위원= 자리를 먼저 떠야하는 관계로 먼저 말을 하겠다. 아직도 부산지역사회는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필요시 여성들의 협조를 구하면서 정작여성들에게 자리를 허락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장관까지 역임한 2선의 실력을 갖춘 후보마저 푸대접을 받는 판에 일반 여성들이 함께 경쟁을 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수도권에서 수십명의 여성국회의원을 만들어냈고, 전국적으로도 골고루 여성국회의원들이 입성했는데 부산은 단 한 명도 만들지 못한 것은 모두 우리 부산의 잘못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많이 각성했으면 한다.
▲사회자= 이번에 여성총연대 활동을 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신 김순례(부산시구군여성단체협의회장) 위원께서 총선연대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감을 말해달라.
▲김순례 위원= 정치권이 기본적으로 여성30%할당제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나마 몇몇 공천하거나 거론됐던 여성후보들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는 전반적인 정권심판 바람같은 선거판의 흐름 때문에 여당이 참패를 했다. 여기에 유일하게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던 여성후보들이 모두 낙선해 아쉬움이 크다. 부산여성총연대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역할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만들어내는 결과에는 어쩔수 없었다.
지역 현장을 방문해보니 지역구 유권자들의 인식이 아직도 여성을 믿지 못하고 배제시키는 분위기였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 여성들이 일어나 쿠데타라도 일으켜야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여성정치인을 더 많이 배출시키겠다고 열심히 쫓아다니더니 뭘했나하는 소리도 있어 솔직히 부끄럽다. 전략적인 여성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사회자= 그렇다. 그야말로 범 여성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치밀하게 운동해서 정치권에 압력을 가했어야 했다. 열심히 활동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이다. 경륜을 갖춘 선배 여성지도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결과를 잘 만들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활동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선거전부터 시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정은아(부산원로여성회 회장)위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정은아 위원=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국민의 심판이었다. 비례대표결과가 주는 실망감은 배로 컸다. 현정부와 집권여당이 얼마나 부산을 홀대하고 있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선거였다. 선거전에 많은 시민들이 이 나라에는 친박만 있나. 하는 불만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골수 여당선호 보수층마저 등돌린 이번 선거는 여당이라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다하더라도 지역 유권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마음을 얻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부산시민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안타깝지만 결과를 지켜보면서 속이 시원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계도 홀대를 당한 이 치욕을 잊지 말고 본 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제 여성계도 자질있고 준비된 여성인재를 많이길러서 정치권에 내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자= 솔직히 국회의원들은 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국회에서 나라발전을 위해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국가의 일꾼이다. 나랏일에 신경을 더 쓰다보면 지역구를 잘 보살피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균형있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지역의 이익을 위한 예산을 더 챙기고 지역주민들과 더 손을 맞잡고 부대낀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이니 정책능력이니 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자괴감도 든다.
17대 국회에서 경험을 해본 선배 여성정치인으로서 윤원호(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 회장께서 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윤원호 명예회장= 이번 선거 결과는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러나 큰 틀을 제껴두고 무엇보다 제2도시 부산에서 명색이 여성국회의원을 단 한 명도 내지 못한 참패의 선거다. 정치권은 부산여성들을 무시한 선거요, 부산여성들은 전략부재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패배의 선거라고 볼 수 있다. 3당에서조차 부산여성을 비례로 영입하지 않은 것은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괴감을 느껴야 한다. 사실 여성 30%할당제운동은 부산에서 시작됐고, 여성정치교실이나 여성정치참여확대운동은 부산여성계가 주도한 운동이었다.
그동안 정치권에 막중한 역할을 해왔던 부산여성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결과다. 분명 운동방향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부산여성들의 역량이 떨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성운동을 재점화하여 여성지도자 다운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사회자= 선거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같지 않는가. 아직 오픈프라이머리도 이른것 같고 상향식 공천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윤원호 위원= 선거법을 운운하기는 그렇지만 전면 경선제인 오픈프라이머리는 아직 우리나라같은 상황에서는 이르다. 당원 50%, 국민참여 50% 경선을 한다지만 실제로는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진정으로 여론경선을 한 것인지 알수도 없다. 18명 중 단 한 사람도 현역이 경선에서 안떨어졌다는 것은 정말 오픈 프라이머리경선을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한다.
비례의석이 54석에서 47석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여성의석 수는 더 늘어났고 수도권에서 야당에서 낸 여성후보들이 무더기 당선되면서 전체 여성의석 수가 증가해 역대 최고의 여성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럼에도 부산여성의 성적표는 빵점이니 이게 무슨 꼴인가. 부산여성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부산여성지도자들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뼈저린 반성과 함께 다시 한번 재결집해 2년 후 지방선거에서라도 만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여성총연대도 형식적인 운동에서 탈피, 여성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영혼이 없는 여성운동은 죽은 운동이다. 맥을 모르고 얼굴만 내러 다니는 활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성스스로의 변화가 앞으로 여성정치인을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여성인재육성 및 전략적 여성총선활동 아쉬워
뼈저린 반성 재결집 계기삼아 지방선거서 만회
뼈저린 반성 재결집 계기삼아 지방선거서 만회
▲이정애 위원= 앞에서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할말이 없을만큼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그렇다치고 이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안을 모색할 단계다. 당장 2년후 지방선거와 4년 후 총선이 있지 않은가. 이제 부산여성뉴스가 부산여성들을 대변하고여성인재를 양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신문사 부설로 여성정치대학같은 것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여성인재를 양성했으면 한다. 대학의 참신한 미래여성지도자들도 발굴하고 정치에 뜻있는 여성후보군을 물색해 교육하고 키우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여성총연대도 역할이 중요하다. 일정도 전략도 치밀하게 짜고 접근해야 한다.
한편으로 여성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참으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내각구성은 물론이고 여성발전을 크게 이루었다고 볼 수 있을지 차후 평가가 될 일이지만 이번 선거에까지 일방통행식 통치와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가 우리는 봐왔다. 이과정에서 애꿎은 인재들이 많이 날아가 안타까움도 크다.
▲배순덕 위원= 공감한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보수성향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여성기업인으로서 개성공단 전격 폐쇄방침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었다. 단 칼에 잘라버리는 과감한 결단력, 때로는 좋을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실제 경제를 더욱 위축시킨 꼴이 되지 않았는가. 경제인으로서 더욱 가슴아팠다.
소통부재, 오만과 독선, 여당과 정권에 대한 불만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덧붙여 여성국회의원 전멸과 관련해서 우리도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여성후보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이다. 여성언론에서 여성정치인을 배출하는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부설 여성정치대학 설립에 공감한다. 이번 선거는 부산여성의 참패라는 것은 전국이 다 알고 있다. 그만큼 부산여성들은 자존심도 무너졌다.
▲이연희 위원= 여성 스스로 지원했든 여성계가 추천을 했든 정치권이 단 한명도 눈여겨볼 대상이 없었다는 것은 안타깝다. 사실 여성후보들의 자질도 기대에 못 미친다. 정치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여성들은 정치감각도 너무 부족하다. 지속적인 여성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앞서 여러 위원들께서도 말해주었지만 여성정치교실 정말 필요한것 같다. 총연대에서도 공천관리위원회에압력을 가할 어떠한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박옥희 위원= 부산에서 단체나 여러크고작은 모임을 많이 하고 있는데 활동을하면서 느끼는 게 너무 노령화되었다는 생각이다. 여성단체의 이분오열도 문제다.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양하고 후임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파괴와 분열을 자초하는 분위기다. 선배들도 여성후배들을 전격 밀어주고 키워주는 분위기가필요하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비판보다 장점을 부각하며 인물을 길러야 한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감히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여성지도자들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여성들의 역량결집과 체계적인 선거운동 등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공감하고 공유하는 운동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다만 부산여성의 참패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결국 우리 여성계 스스로 반성하고 힘을 키우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정치권이 얕잡아보지 않도록 여성의 세력화에 다시한번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으면 한다.
▲이남조 위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성계의 분열은 자멸이다. 어떤 여성후보가 거론되더라도 그 후보를 비방하고 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게 아니라 적극 밀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문화가 필요한데 우리 부산여성계는 경쟁 여성후보들을 비방하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여성들을 제대로 안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지도자들도 실력만 갖출게 아니라 인격도 갖추어서 정말 괜찮은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있도록 자질과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 참고로 여성뉴스가 이런 문화를 확산해나갔으면 한다. 여성인재를 키우고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키워주는 아름다운문화를 선도했으면 한다.
▲사회자= 위원 여러분의 정말 좋은 제언들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러 위원들의 고견을 참고해 본지에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앞으로 진지한 고민을 하고자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분노는 여기서 그치면 안될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부산여성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권이 부산여성들에게 죄의식을 느껴야만 지방선거든 차기 총선이든 부산여성안배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여성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가늠될 것이다. 정치권이 눈치를 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닌 부산여성계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위원들의 역할도 크다. 함께 부산여성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갔으면 한다.장시간 토론에 임해준 위원들게 감사드린다.
유시윤 기자
[2016년 4월 22일 제75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