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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여성들의 분노와 외침… 사회가 응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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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성단체연합 및 부산지역재야 여성시민사회단체는 25일 강남 지하철역 인근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한 여성의 죽음을 단순 묻지마 범죄, 정신병으로 어물쩍 넘기지 말아달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여성들의 분노와 외침에 이제 우리 사회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정경숙. 이하 부산여연) 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차별, 폭력, 혐오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내어 한국사회가 젠더 문제에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5월 17일 강남 지하철 역 인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어떠한 개인적 이유도 없이 그저 그 시간, 그곳에 있었다는 기막힌 우연성 때문에 처참하게 살해된 이후 전국의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 희생을 기리고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포스트잇에는 ‘미안하다’, ‘기억하겠다’, ‘불안하다’, ‘해결하자’ 등 고백, 다짐, 요구의 글이 담겨져 있고 다양한 글로 아파하며 희생을 추모했다.

이번 사건은 불특정 여성을 목표로 한 범죄이며 한 개인 범죄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사회문제 특히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혐오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지금 한국사회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정경숙 부산여연 대표는 “정신병(조현병)으로 인한 살인이었다는 경찰의 발표에 관련학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조차 피의자의 정신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현병으로 성급하게 지목해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발표 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 폭력, 혐오를 특정 소수의 집단이 과잉의미화한 것처럼 몰고 가는 한국사회의 집단적 히스테리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그리고 살해 등 다양한 방식의 폭력 한 가운데에는 여성이 있다. 2014년 강력범죄의 피해자 중 84.7%가 여성(2015년 성인지통계)이라는 사실은 여성에 대한 폭력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범죄로 분류되지 않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하되고 있는 용어도 많다. ‘김치녀’와 ‘김여사’로 대표되는 여성 비하 문화가 바로 그렇다.

이뿐 아니다. 성별임금격차와 성별간 직종 및 직무 분리가 상존하는 차별적 노동시장 속에서도 여성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유무형의 폭력은 우리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과 약자에 대한 잔인한 차별성에서 기인한다는 게 여성계의 시각이다.

부산여연은 또 “이번 사건의 이유를 성급하게 결론짓기보다 한 사람의 죽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사회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라며 ‘그날, 그곳에서 살해당한 그녀는 곧 나다’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예외적인 집단으로 몰아붙이거나 성대결로 몰아가려고 하지 말고, 그 죽음이 ‘나의 죽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수한 여성들의 외침이라 생각하고 이제 사회가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지역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해여성 추모행사는 21일 오후 6시 30분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린데 이어 당일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 인근에 설치된 하트 모양 조형물에도 피해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스트잇 글이 붙여지는 등 하루종일 추모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지만 애도의 글과 꽃 등은 다음날 바로 철거됐다.
 

김유혜민 기자
[2016525일 제76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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