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지식인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문학관’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본격 출범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설립추진위)는 12일 오후 7시 부산일보 10층 대강당에서 각계각층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지역사회에 알렸다.
설립추진위는 동아대 명예교수인 강은교 시인, 신라대 이송희 교수, 경성대 최은희 교수 등 여성지식인 3명을 공동상임추진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공동추진위원장에 김준한 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 신부, 유순희 부산여성뉴스 발행인, 최성근 원불교부산울산교구 여성회장, 하선규 부산YWCA 회장, 홍순권 동아대 역사학 교수를 추대했다. 이외에도 설립추진위에는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 지식인과 대표성을 띈 지도자들이 고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당초 나눔의 집이옥선(90) 할머니 고향방문 환영과 증언청취를 겸해 갖기로 했으나 ‘나눔의 집’ 동료인 유희남 할머니가 10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방문이 취소되면서, 즉석 위성통화로 증언청취의 시간을 대신했다.
이민아 운영위원(시인)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화상인터뷰를 통해 이옥선 할머니는 60년 만에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모두 다 세상을 떠났고, 자신도 사망신고 돼 있어 오갈데가 없었으나 나눔의 집에 기거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태어나 한번도 다른 곳에 가본 적도 없는데 15세 되던 해 주인집 심부름을 나섰다가 일본군에 끌려가 일본명 ‘도미’로 불리우며 위안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또 “나이 어린 친구들은 견디다 못해 목을 매 자살하거나 산에서 구르거나 물에 빠져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일본군들이 위안부 대부분을 현장에서 죽이기도 했는데 나도 칼을 맞아 반 병신이 됐다”고 참혹 했던 삶을 회고했다.
“중국에 세워진 당시 위안소는 그야말로 사형장에 다름 아니었다”는 이옥선 할머니는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이후 다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조차 아무런 반응도 없었을 뿐 아니라 정부관계자들도 지금껏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간이 없다. 이제 할머니들도 하나둘 세상을 뜨고 모두 80~90이 넘었는데 죽기 전에 제대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아베를 제낄 수’(일본정부를 압박할 수) 있도록 부산에서도 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설립추진위는 “일제강점기 침략전쟁터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했던 식민지 여성을 기억하고, 여성과 인권 그리고 세계평화의 가치를 교육하는 시민문화공간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문학관>을 시민의 힘으로 세우려 한다”고 위안부 피해자 역사문학관 설립취지를 밝혔다.
앞으로 설립추진위는 3년간 10억 원 기금 모금을 목표로 부산시민과 기업을 비롯한 국내외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추진과정에서 성과를 평가하면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방안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모금액은 총 3년에 걸쳐 3억 원을 모금하고 부지와 건물 구매 등 역사문학관을 운영할 법인도 설립 한다.
유순희 기자
[2016년 7월 15일 제78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