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에 접어든 여성 A씨는 과도한 직장의 업무를 매일 술자리로 풀곤 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부인과 질병에 걸린다.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지만 서른이 되도록 산부인과 한 번 제대로 간적이 없었던 터라 너무 두렵고 수치스러웠다.
그 때 A씨는 자신의 몸에 대해 한 번도 진정성 있게 공부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자로서 공공연하게 말하기가 꺼려지는 염증에 걸리고 나니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야 할 절실함이 커졌다.
그리고 여성들이 티 안 내고 부인과 질병을 감추면서 묵묵히 일하는 게 최선처럼 보이지만 그 보다 더 최선은 ‘질병에 노출되지 않는 건강한 정신과 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산여성단체연합(이하 부산여연)은 ‘2016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해 5일 저녁 ‘꽃보다 내 몸2’ 수기공모전 수상작 발표회를 가졌다. 수상작은 ‘건강한 여성세상’을 수상한 ‘나의 봄, 나의 서른’을 비롯해 총 5편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빈 작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발견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모전이 내 몸을 돌아보고 여성의 삶을 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 후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모유수유를 고집하던 한 주부가 있다. 그는 “건강을 위해 모유수유부터 중단하라”는 한 의사의 말에 피폐해진 자신의 몸을 인지하고, 모유수유 중단 후 건강한 몸으로 아이와 더 교감하며 여유로운 육아를 한다는 사연을 전했다.
또, 뛰어나게 예쁘지 않은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지만 그 인정을 하는 첫 번째 사람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사례발표도 있었다.
올해로 15년째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50대 주부는 아이들이 어엿한 직장인이 됐지만 앞으로 10년은 이 직업을 더 할 생각이다. 비록 남들이 가끔은 무시하고 노동자로서 대우도 못받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몸을 아껴가면서 노후를 위해 제3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도 빠듯한 살림살이로 ‘마이너스 통장’에 의지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한 주부는 시간당 최저임금, 점심시간 30분의 근무조건에 김밥 한 줄, 우유 한 잔으로 점심을 때우고 퇴근 후에는 쉴 새 없이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다 근무 3일 만에 몸이 아파 하루치 일당을 고스란히 병원비로 날린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수기발표를 듣고 “뭉클하다”, “내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고 사랑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부산여연은 여성 몸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과 기준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수기 공모전을 열었으며 ‘일하는 여성들의 소중한 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올해 공모전에는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들이 경험한 성차별과 건강·미모에 대한 스트레스 등 절절한 사연이 30편 넘게 접수됐다.
박정은 기자
[2016년 7월 15일 제78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