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초량동 재부산일본영사관 앞‘평화의 소녀상’
설치와 철거를 번복하며 어렵게자리를 찾은 소녀상 주변에는 시민들의 따뜻한 사랑이 함께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9시 부산 동구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부산시민에 대한 감사인사 영상메시지와 함께 그 동안 소녀상 건립을 위해 힘써온 시민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 할머니는 “시민, 청년, 단체등 소녀상 건립을 위해 힘써줘서 감사하고 고맙다”며 “하루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소녀상 건립은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소녀상 건립이 가능할까 의문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냈다”며 “소녀상 건립은 종착역이 아닌 시작이며, 이제 역사 바로 잡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숙 부산여성연대 대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자리에서 실현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 자리에서 무효화 하고,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소녀상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이날 소녀상은 어렵게 건립됐다.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일본군위안부 한일합의’가 있은 지 1년째 되는 날인 지난 해 12월 28일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지만, 부산 동구청이 4시간 만에 기습철거를 했다. 일본총영사관은 소녀상 건립에 반대했고, 부산 동구청이 불허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은 동구청이 소녀상을 이틀뒤에 돌려주며 건립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9시 제막식을 열기에 이르렀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하는 일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소녀상은 동구의 허가가 아니라 ‘묵인’하에 설치돼, 공공조형물로 인정받아야 ‘합법’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이 부산 일본총영사관 소녀상 설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소녀상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녀상을 설치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측은 8일 “지난 6일 소녀상 문제로 한·일 정부 간 외교갈등이 본격화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의 시민이 다녀가는 등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 주변에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진상규명 없는 위안부 합의는 무효’임을 주장하는 홍보 리플렛과 소녀상 지킴이들이 돌아가면서 곁을 지키고 있다. 의자에 앉은 단발의 소녀상에는 털모자와 목도리, 담요와 핫팩 등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시민들의 정성이 넘쳐나고 있으며, 초콜릿, 사탕, 등 간식도 수북이 쌓여 있다.
유시윤 기자
[2017년 1월 20일 제84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