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가족과 주변을 돌보느라 제때에 배우지 못했던 늦깎이 여학생들이 감격스러운 졸업식을 가지며 배움의 한을 풀었다.
부경보건고등학교(교장 조문수)와 병설 부경중학교는 지난 7일 오전 11시 부산 사하구 장림동 은항교회에서 중학교 150명과 고등학교 157명 학생들의 졸업식을 열었다.
올해 중학교는 14회, 고등학교는 15회 졸업식이다. 이들 졸업생의 연령은 40~70대로, 중학교 과정은 부경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은 부경보건고등학교에서 각각 2년(6학기)동안 공부해 왔다. 특히, 고등학교는 청소년 반 22명을 제외하면 전원이 성인여성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중 결혼과 동시에 우리나라로 이주한 이단(중국) 학생과 이소연(캄보디아) 학생은 각각 동의과학대학교 관광중국어과와 동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이들은 대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또한, 68세 조필희 학생은 신장이식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도 이번에 중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졸업생 중 최고령자인 81세 박자연 학생은 연로한데도 늘 수업의 중심이 되는 등 학우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 밖에도 주간에는 택시를 운전하고 야간에 열심히 공부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과, 2년간 거제도에서 등·하교를 했던 고등학생 등 많은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는다.
조문수 교장은 “졸업생 대부분은 긴 세월동안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한순간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 온 사람들이다”며 “우리 학생들의 졸업식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위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2017년 2월 23일 제85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