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 이어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전국의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품은 있기나 한 건지 허술한 품질검사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발암물질 생리대 파문은 여성환경연대가 소셜펀딩을 통해 재원을 마련, 전문가 전수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 최근 ‘깨끗한 나라’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 출혈량이 줄고 기존에 없던 생리통·생리불순 등의 건강 이상을 겪었다는 사실이 온·오프라인 상에 제기되며서 여성들 사이에서 큰 혼란과 불안이 야기되었고, 약 1년 전부터 여성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
티에는 해당 경험을 토로하고 공감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이같은 제보사실에 입각,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생리대 10종 제품의 유해물질 조사 결과,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혹은 유럽연합의 생식독성, 피부자극성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조사결과 검출된 유해물질 중 피부 자극과 피부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은 총 8종으로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스타이렌, 톨루엔, 헥산, 헵탄 등이었다. 특히 스타이렌과 톨루엔은 생리 주기 이상 등 여성의 생식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식독성 물질로 알려진다.
실제 여성환경연대에 제보된 3천여 건의 부작용 사례 중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생리량 감소, 생리통 증가, 생리주기 변화와 함께 질염을 호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성환경연대는 “현행 식약처 기준에 따라 제조되었다고 해서 안전한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현재 생리대 관련 규제는 폼알데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규정뿐이므로, 지금 논란이 되고있는 생리대 부작용의 원인을 규명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만약 식약처가 이와 같은 릴리안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행 기준만 고집한다면 가습기살균제나 살충제 계란처럼 더 크고 심각한 사태를 예고할 뿐”이라며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 제보가 규모가 크고 심각한 만큼 보다 신속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성환경연대 측은 식약처와 기업체에 검출된 유해물질에 대한 원인 규명과 일회용생리대 전성분 공개를 요구해왔고, 현재 일부 업체가 전성분을 공개한상황이나, 전성분 공개만으로 밝혀지지 않는 물질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조치 등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위해성 평가와 건강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보 응답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생리대와 건강 이상 사이에 인관관계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명확하게 조사하고 인과관계를 밝혀야 여성건강이 지켜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회용 생리대 전반에 걸친 조사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이번 발암물질 생리대 사태와 관련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에 대해 ▲여성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최대한 조속히 원인규명과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 할 것 ▲현행 일회용 생리대 허가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 ▲일회용 생리대 허가기준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생식독성, 발달독성, 피부 알레르기 물질, 총휘
발성 유기화합물 등을 포함할 것 ▲릴리안 생리대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하여 여성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 등 국민안전을 지키는 책임이 있는 모든 행정당국은 사전예방의 원칙으로 화학물질 통합관리방안과 근본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발암물질 생리대 검출실첨 선정기준은 2015년 생리대 브랜드별 매출순위를 참고한 것으로, 제조업체가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1위~10위사이의 제품. 분석결과 분석 대상 모두에서 유해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22종 중 일부가 검출되었다.
따라서 도마에 오른 릴리안 제품뿐만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전반이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트에서 생리대를 고르고 있던 한 여성소비자는 “안내문도 없고 문제의 제품들도 버젓이 진열되어 있어 도대체 어떤제품을 사야되는지 모르겠다”며 “유명 브랜드 모두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던데 그나마 안전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소비자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의 한 워킹맘도 “아기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아 기저귀를 하루에 몇 번 사용하는데 일회용 아기 기저귀는 문제가 없는지 불안하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관계 당국이 적극 나서 모든 일회용품 생리대 기저귀에 대한 안전성 조사와 정보 공개를 통해 제2의 살인 가습기 폐단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 모니터링 결과 유한 킴벌리의 화이트, 시크릿홀, 울트라는 비교적 우수하고, 엘지 유니참 바디피트, 내 몸에 순한 면은 부직포와 면상펄프에 대해 일부 개선이 필요한 점이 지적되는 등 피엔지사의 위스퍼와 소프트 라이트는 많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유시윤 기자
[2017년 8월 25일 제91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