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이 최근 에이즈에 걸린 부산의 한 여성이 성매매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두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양산하는 보도 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부산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로 성매매를 한 여성에 대해 본질과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에 분노와 심각한 문제를 느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연이어 성매매와 에이즈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특히 에이즈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서부터 부산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로 성매매를 한 여성 관련 내용이 방송에서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며 “지적 장애 2급 여성이 사회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십대 때부터 성매매를 하게 됐다면, 그래서 열아홉이 되던 해에 에이즈에 걸렸다면, 사회는 이 여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7년이 지나고, 남자친구라는 이름의 알선업자와 착취자에 의해 또다시 성매매를 하게 된 이 여성에게 지난 7년 동안 사회는 무엇을 해 주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성 착취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방치된, 지적 장애를 가진 여성이 에이즈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 착취 현장에 있었다면 이것은 누구의 문제인가를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지적 장애 2급인 여성에 조건만남을 통해 성구매한 구매자들, 이 사건에서 그들은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에 의해 피해를 입은 불쌍한 피해자들로 둔갑해 버렸다”며 성구매자를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음도 지적했다.
아울러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강화하며, 에이즈에 걸려 무차별적으로 성매매를 한 이 여성이 사회에 복수심이라도 있지는 않았는가를 논하며 가장 취약한 자리에 놓여 있는 여성을 물어뜯고 할퀼 뿐”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방송의 사건보도를 통해 성차별적 통념과 편견은 일상적으로 유통되며,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서의 말미에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과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부산지역 단체들은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의전화,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부산지부,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산여성회,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사랑의집, 부산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부산성폭력상담소, 해뜨는집, 부산여성의집,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등이다.
박정은 기자
[2017년 10월 27일 제93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