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산지, 적절한 개발로 도시 부가가치 높여야
오래전 자연훼손을 이유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설치에 엄청난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통영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에는 케이블카의 산정역 부근의 미륵산 정상에서 경사를 이용하여 타고 내려오는 1인용 무동력 루지가 개통되어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안타까운 부산의 어린이대공원을 떠올린다.
양산시에서는 겨울 한철 북적이는 에덴벨리스키장의 사계절 관광지화를 위해 세계 최장의 루지시설을 만든다고 한다. 내년8월 개장을 목표로 1.8~2.2km의 4개 코스로 총연장 6km를 계획함으로써 통영 루지가 손님을 뺏길까봐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산은 더파크 동물원 안에서 백양산 정상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와 루지도 진작부터 구상되었지만, 논의도 못하고 환경단체의 눈치만 볼 뿐 현실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면, 민자 동물원인 더파크의 수익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백양산의 절경을 보면서 정상에 올라서는 낙동강과 부산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동물원 안을 가로 지르는 루지도 구상하였지만, 2010년 봄, 담당 사무관이 시설의 결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루지의 유치를 전제로 루지의 본사인 뉴질랜드에 견학 갔다고 하여 환경단체와 언론의 질타를 받음으로써 바로 포기해버렸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성지곡호수 동편에 있던 동마 놀이시설을 철거한 것은 큰 오판이었다. 2011년 2월을 기한으로 시유지상의 기부채납된 놀이시설의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결국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철구조물이 노후하여 위험하고 자연 속의 소음공해를 이유로 철거한 자리는 목재 벤치, 데크 등으로 숲 속의 조용한 휴식공간으로 변했다.
동마(주) 업체와 젊은 엄마들 단체의 놀이시설의 강력한 존치요구도 로비청탁으로 치부되어 부산시의 자연보호를 내세운 소신 앞에 통하지 않았다. 결국 어린이대공원은 나무가 좋은 산으로 더 이상 어린이들이 찾지 않는 노인들의 등산코스로 변했다.
그리고 부산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 동물원도 하나 없는 대도시라고 언론의 혹독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당시 미월드, 금강공원 놀이시설도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석대쓰레기매립지도 2001년부터 복토를 하여 C지구의 축구장, 테니스장,A지구에는 허브원, 야생화원, 잔디광장 등과 함께 간이 승마체험장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 2010년 수목원계획에 의해 수백억 원을 들여 나무만 심어 사람들이 오지 않는 그저그런 산으로 변했다.
당시 자폐아를 위한 재활 승마 프로그램, 초보 어린이를 위한 원형마장을 갖춘 승마체험장이 막 인기를 모으는 중이었다. 그리고 승마체험장과 간단히 석대산 4.5km의 임도와 연결하면 호젓한 숲 속 외승 승마코스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을 것이다.
부산의 절반을 넘는 산지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무조건 보전만이 능사가 아니고 적절히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1991년 부산시 녹지과에서는 산불방지 대책으로 임도개설10개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다음해 첫 사업으로 학생수련원에서 북문에 이르는 금정산임도를 건설하려는데, 환경단체와 지역 언론이 격렬히 반대하였지만, 산불 때의 차량진입, 쓰레기 처리 등 긴급시의 도로 필요성을 들어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그 후 임도개설은 순조롭게 이루어져 황령산, 백양산, 장산, 엄광산 등 부산의 주요 산에 다소의 훼손을 무릎 쓰고 임도가 개설됨으로써, 산불의 신속한 대처는 물론,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등산로로 잘 활용되고 있다.
2011년에는 태종대에 모노레일 설치 구상이 있었다. 4.3km의 태종대 순환로는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코끼리열차 일명 다누비열차만이 다닐 수 있었는데, 다누비열차의 내구연한이 끝나가고,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등의 이유로 태종대 입구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모노레일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었다. 모노레일 사업자의 제안과 강력한 로비도 있었지만, 자연훼손을 염려한 시장의 결단으로 무산되었다.
금년들어 부산시의 적극적인 의지로 태종대 모노레일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7월 1차 공모에 한 곳만이 신청하여 재공모한 결과 (가칭)태종대에코모노레일(주) 한곳이 9월 18일 2차 공모에 응함으로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태종대에코모노레일(주)는 (주)삼호 등 8 곳의 기업이 참여한 SPC로서 790억을 투자하여 3.7km의 순환로상에 내년 상반기에 설계와 인허가를 마치고 202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어렵게 유치한 태종대 모노레일이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환경단체의 대승적인 협조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태종대의 새로운 명물이 될 전망이다.
황령산스키돔은 새롭게 산을 파헤치는게 아니고 이미 적법하게 허가가 나서 파헤쳐져 오래 방치된 자리에 건물을 짓는 단순한 사업인데 환경단체의 맹목적인 반대에 우유부단하게 대처함으로써 결국 많은 분양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사업자를 망하게한 것이다.
환경단체의 생각은 평지는 무한정 개발하되 산은 무조건 자연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배낭여행으로 스위스에 갔을 때, 산지에는 케이블카, 경사기차 등 관광시설을 설치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평지는 오히려 밭농사로 활용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넓은 평지인 하야리아부대의 공원화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2011년봄, 스키돔 재건을 위해 23만평 급경사 부지에 루지, 전망대, 케이블카, 숙박시설 등을 구상했지만, 분양 피해자들의 사분오열된 논란, 환경단체를 의식하는 부산시장의 결단력 부족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다행히 2012년 10월 부산의 세 업체에서 스키돔을 인수하여 스키돔의 재건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스키돔을 헐고 호텔, 캠핑장, 루지 등 새로운 시설과 주변의 추가 개발안을 내어 놓았으나, 시민단체에서 황령산의 추가훼손에 반대한다고 하여 주춤해 있는 것 같다. 도심 속의 유원지로 결정되어 있어 다소 훼손을 하더라도 빨리 사업에 착수하여 10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분양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길 기대한다.
/김영춘 객원기자 (녹지․공원 행정 전문가)
[2017년 12월 22일 제95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