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5일

종합

고령화 시대 ‘나이듦’과 관련한 여성정책의 방향







<글 싣는 순서>
1.‘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조명

2. 노인복지와 여성복지 관점에서 나이듦√
3. 법제도적 관점에서 나이듦
4.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
5.‘여성’의 ‘나이듦’에서 파생된 이슈 현황과 실태
6. 한국의 연령주의와 여성의 연령주의
7. 여성노인의 고용활성화와 복지패러다임
8. 여성’의 ‘나이듦’의 이중차별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



노인복지에서의 나이듦


지난 회에 우리는 노인복지에서의 관점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다시 말하면, 노인 복지의 관점을 ‘문제’나 ‘해결대상’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프레임 구축’으로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연령주의의 원인 중 하나로, 노인을 ‘문제’와 결합하는 경향을 꼽는다. 이는 노인을 복지의 보호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즉, 노인복지의 문제는 재화와 사회적 에너지 손실의 관점이라기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사회․경제적 부요함은 앞선 세대들의 눈물과 땀이 이룬 성과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노인 복지에서 ‘세대간 평등의 상호호혜성’ 개념이 도출되는 이유이다.


지난 회에 언급한 고령화에 근접해 있는 40대와 50대를 대상으로 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교육을 살펴볼 때 가장 좋은 예로 미국의 경우를 든다. 미 연방정부는 노년층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산파역할을 했다. Experience Works 는 노년층을 위한 가장 오래되고 규모 있는 직업훈련 기관으로, 경력이 있는 노동자들 가운데 55세 이상의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 승인된 비영리단체에서 직업을 유지하거나 찾을 수 있는 교육의 기회와 카운셀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SCSEP이라는 이름의 노인협회 고용프로그램은 빈곤지수가 하위 25%인 55세 이상의 노인과 그 가족들의 최저임금을 보조해주기도 하였다. 이는 우리의 경우도 제도적 정비를 통한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좋은 선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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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나이듦의 문제는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중인 우리 사회에서 국가적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사진은 여성노인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강사교육모습.


여성복지에서의 나이듦


여성복지는 한마디로 다양한 여성문제에 대한 직․간접적 ‘개입’을 의미한다. 이 개입의 목적은 결국 복지를 통한 여성의 행복 유지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라는 통로를 통해 양성평등이 보장되는 사회에서의 인간다운 삶이 실현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여성복지의 목적이다.


그러나 양성평등이 배분되는 사회라는 기본적인 테두리 내에서의 여성의 행복한 삶의 실현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가부장제 중심적 가치, 자본주의적 분배방식 등이다.


자녀양육을 포함, 가족원 돌봄의 주된 역할을 담당했던 여성들은 자본주의적으로 무가치한 혹은 무형적인 노동으로 가치평가가 절하되는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자’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는그들의 노동의 범위가 어떠하던지, 그 강도가 어떠하던지 관계없이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경향은 최근의 복지국가에서는 가족원 돌봄 노동을 사회적으로 전환하여 공적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경향은 초기 복지국가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은 공적 영역의 노동을 담당하며 여성은 사적 영역의 노동을 담당하는 엄격한 성별분업의 틀이 변화와 해체를 이루어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성복지정책의 주요 영역은 양성평등의 추구, 취약여성 보호의 측면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노동시장 진입에서의 불평등 해소, 노동조건에서의 불평등 해소라는 차원에서 법제의 재정비를 이루려는 시도들로 연결되었다.


최근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회사에서 일한 지 1년이 되지 않는 신입사원과 복직자에게도 최대 11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개정안이 2017년 9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이는 1년 미만의 신입사원과 복직자에게도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후 1년 미만의 직원에게는 연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평범한 워킹맘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또, 생리휴가를 유급화하는것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상정과 같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대주제는 관련 법제의 재정비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여성복지의 관점에서 ‘나이듦’의 문제는 여성노인의 빈곤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다. 여성이 나이듦에 따라 빈곤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여성에게는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며, 근로조건에서도 남성과 비교할 때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 해체 시 여성이 자녀양육의 주책임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한 일간지 조사에서는 이혼녀 절반이 취업에 뛰어드는데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라는 통계 자료가 산출된 바있다. 배우자와 이혼․별거․사별한 여성의 절반이 노동시장에 뛰어 들지만, 10명 중 약 7명은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조건에 처하기 때문에 나이듦에 따른 빈곤을 해소하기 어려운난제를 처음부터 안고 있는 셈이다.


같은 통계에 의하면, 정규직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1명이 안된다고 하니 이는 생계유지를 위해서 재취업한 여성 대부분이 고용 불안의 상태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여성이 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하는 입장에서 재취업과 관련한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너무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여성 노인의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관련한 여러 논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 노인의 고용 정책의 부족, 고용관련 기관실무자들의 여성 노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여성의 나이듦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나이듦’에 따른 노동시장의 진입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여성의 나이듦과 노동이라는 주제에서 또 다른 문제는 평균수명에서의 성차로 인해 여성노인이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밀접히 관련된다. 이로 인해 남성에 비해 공공부조 정책의 대상이 되는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공공부조 정책 설계 단계에서 빈곤 인구로서의 여성, 특히 자녀의 양육을 전담하는 이별․ 별거․사별 등을 경험한 기혼 여성과 여성 노인들의 특성을 세부적으로 복지의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평균수명 대비 건강수명 기간을 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그 격차가 심하고 여성노인은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성노인의 빈곤도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노인의 빈곤은 노년기에 발생했다기보다 전 생애주기에 걸쳐 경제권과 노동권으로 배제되어 온 결과임을 볼때 생애 주기를 전체적으로 보아 복지권의 개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성인지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듦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의 삶 전체에 다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 있어 주목된다.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이 구조화되는 이유 중 연령은 강력한 계기로 작동한다.


따라서 여성 노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생각할 때,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불행하거나 빈곤해진다기보다는 노년기 이전부터 여성이 경험하는 성차별에 연령 문제가 결합함으로써 취약함이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여성의 나이듦은 생애 전반에 걸친 차별을 무시할 수 없고 여성의 노령화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 점 등은 노인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수가 높으며 현실적으로 차별의 장벽을 체감할 확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더 오래 사는 동안 고독의 시간이 더욱 길어지며 원치 않는 돌봄 노동으로인한 노후 준비의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이 손실됨을 의미한다. 결국 나이듦과 관련한 정책의 방향성은 성별 형평성을 담보하고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관건이므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책임을 오롯이 홀로 떠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님을 돌보는 형태로 바뀌며, 노인의 경우 손자녀를 돌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인 돌봄 시스템의 영역을 여성들 개인의 삶의 희생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의 노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무급화되는 현실은 미래에 대한 준비의 기회를 갖지못한 채로 여성들의 빈곤과 결부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성들의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의 가치가 객관적인 가치환산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 여성노인들의 빈곤의 문제도 일부분이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가질 수 있는 지점이다.


요컨대, 가사와 육아 등의 돌봄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은 이 문제를 사회적인 지지에 의해 해결 받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나이듦이 진행됨과 함께 이중적 차별의 굴레에 갇히게 되며 이는 ‘여성’의 ‘나이듦’의 문제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적 개입 없이 두기에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복지의 영역에서 여성주의적인 관점이 필요했던 것과 동일하게, ‘나이듦’이라는 공론의 장에 여성주의의 적용이 필요한 시점임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김유진 객원기자

[20171222일 제9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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