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올해 여성 관련 주요 뉴스로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 낙태죄 폐지 등 9건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1.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
협의회는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를 첫 번째 여성 뉴스로 꼽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제기되어 온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문제(생리양 감소, 생리통 악화 등)가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로 확산된 것.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10월부터 생리대와 같은 기타의약품 등의 용기나 포장에 의무적으로 성분을 표기하는 약사법개정 법률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상위 5개 생리대 제조사는 시행 이전에 자율적으로 홈페이지등에 전 성분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환경부는 관련 부처 및 전문가와 논의해 생리대 유해물질의 인체 노출 가능성과 건강 피해 연관성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2. 범여성계 연대기구,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개최 올해 5월 9일 실시된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으로 구성된 범여성계 연대기구와 여성신문사가 공동으로 대통령 후보 초청성평등정책 간담회를 주최했다.
4월 21일부터 25일까지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를 주제로 진행되었던 간담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순(간담회참가 순서)으로 추진됐다. 협의회는 이 간담회를 시작으로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논의와 공약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이 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했다.
3. 낙태죄 폐지, 사회이슈로 재점화
지난 10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3만 명이 참여하면서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낙태죄 폐지’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한다는 원칙에 따라 11월 26일 조국 민정수석은 형법상 ‘낙태’라는 용어의 부정적 함의를 고려하여 낙태 대신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히며,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8년 만에 실태조사를 재개할 것을 밝혔다.
4. 정의롭고 차별 없는 헌법으로 개정 되기를
올해 1월 출범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계는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적 목표를 반영한 별도의 헌법 조항을 신설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5. 직장 내 성폭력 문제, 더 이상 침묵 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샘 신입사원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한샘 성폭행 사건’이 드러났다. 한샘 신입 여직원은 성폭행, 성추행,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고,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샘 사건 외에도 현대카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등 사내 성폭력 문제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샘 성폭행 사건’을 조사할 계획임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은 공공기관부터 시작할 것과 기관장들의 인식 전환과 엄정한 조치 마련을 강조했으며, 지난 11월 청와대에서는 전 직원이 예외 없이 참석한 가운데 성폭력 예방교육이 실시됐다.
6. 공공분야부터 시작하는 여성 대표성 확대, 여성인력 활성화로 이어져야
정부는 2017년 11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5개년 로드맵(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3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여성 고위공무원단 목표제’와 ‘공공기관 여성임원 목표제’를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2020년까지 그 목표
치를 각각 10%와 20%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지방 공무원 임용령에 여성관리자 확대 내용을 포함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지침에도 관련규정을 삽입하는 실질적 이행방안을 확보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부터 여성대표성을 제고해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계획도 대부분의 여성정책들과 마찬가지로 강제성을 띤 할당제가 아니라 목표제라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7.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medialiteracy)가 필요한 이유
영화, 드라마, 광고, 웹툰, SNS 등 미디어 콘텐츠에서의 성인지적 의식 확산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는 여성이 강간·살해당하는 장면을 선정적으로 자세히 묘사하면서 영화 속 여성들의 배역 이름을 ‘여자시체’로 설정하여 논란을 일으켰고, 영화 ‘토일렛’은 작년에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모티프로 하면서 사건이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로 발생했다는 홍보문구를 쓰는 등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범죄를 자극적인 오락거리로 삼았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빠르게 생산되고 전파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의 중요성에 대한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분석·평가·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인지적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의식정립의 핵심 요건이다.
8.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여성 1인 가구 지원
내년 예산안에는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엿보인다. 11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심사한 법안을 상정·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1인 가구를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생활단위’로 정의하고, 이들의 복지 증진 대책 수립 등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가족 실태조사를 실시할 때 1인가구의 연령별, 성별, 지역별 현황과 정책수요를 조사하도록 했다.
특히 여성노인 1인가구주는 경제·주거환경·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노인 1인가구주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빠른 사회 변화만큼이나 가족형태와 생활방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주거·안전정책, 좋은 일자리, 체계적인 노후보장 등 생애 주기별 여성 1인 가구에 대한 대책은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9.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지난 11월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사죄를 하고 희생자에 대해 보상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부끄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제여성인권단체인 ‘성평등을 위한 여성 이니셔티브(WIGJ,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는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시 성폭력 철폐를 위해 노력해 온 업적을 기려 ’성평등 유산의 벽‘에 그들의 이름을 올려 내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15주년 기념건물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도 일제 강점기 성폭력에 희생된 필리핀 여성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 동상을 최초로 세우는 등의 움직임으로 일본 정부를 당황시키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그동안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만 알려졌던 일제강점기 남태평양트럭섬에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26명존재했다는 사실이 역사 자료를 통해 공식 확인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자료제공: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정리:박수연 기자
[2017년 12월 22일 제95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