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조명
2. 노인복지와 여성복지 관점에서 나이듦
3. 법제도적 관점에서 나이듦
4.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
5.’여성’의 ‘나이듦’에서 파생된 이슈 현황과 실태
6. 한국의 연령주의와 여성의 연령주의
7. 여성노인의 고용활성화와 복지패러다임
8. 여성’의 ‘나이듦’의 이중차별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에서 여성의 나이듦
최근 여성의 나이듦을 조명하는 관점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양상 중 하나는 ‘여성’과 ‘나이듦’의 이중적 무게만을 지적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페미니스트 노년학으로 시선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노인여성학’으로 명명하는데, 이 페미니스트 노년학은 이전의 차별적 문제들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여성들의 탄력적인 인간관계에 주목하여 긍정적인 대안의장을 끌어내는 유쾌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페미니즘 노년학의 관점에서 노인여성을 바라보면, 노년기에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사적인 관계에서도 친구와 이웃 등과 가족같은 유대를 유지해 나가는 관계망을 유지한다고 본다.
따라서 오히려 이 시기를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에서는 위축과 후퇴의 시기가 아닌 새로운 자기 형성의 시기로 명명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거의 자신에게 요구하던 아내와 어머니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사회와 관계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재조명된 여성 노인은 기존의 취약하며 의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며, 타인과 삶을 공유하며, 공동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며, 유머와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더 이상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여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마거릿 크룩생크와 같은 페미니스트 노년학자들의 활동과 저서 등을 살펴보면 기존의 페미니즘의 흐름이 노년층을 배제한 젊은 학문의 경향을 띠고 있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는데 이러한 논의는 의미심장하다.
여성들의 생애주기를 보면,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더 나아가 노인 여성이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는 타자화의 과정을 겪게 되는 제2의 불합리와 불평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되는 노년이라는 연령주의의 타자화의 극복을 위해서도 노인 여성의 시기와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접근은 필수적이다.
이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연령주의의 문제들과 맞물려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모든 여성에게 ‘젊거나 혹은 늙은 여성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문화는노년이 되면 절망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압력으로 작용되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조차 나이듦의 주제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소수이다.
그만큼 노인 여성의 삶을 해석할 때 페미니즘의 렌즈는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 이는 노화의 과정이 몸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며 이를 간과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성’의 ‘나이듦’이 이중적인 차별을 생각케 하는 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나이’를 여성의 ‘몸’과 동일시하는 경향에서 연유한다.
여성의 ‘나이 듦’은 일반적인 생애주기로 보여진다기 보다는 ‘늙음’이라는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나이든 여성의 타자화를 심화시킨다. 특히 ‘중년여성’의 경우 생애주기로 볼 때 ‘위기’로 담론화 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가 중년이라는 나이를 특정한 연령대로 범주화하기 시작하여 이는 노년기에 이르면 마치생애주기의 쇠락과 같은 측면으로 이해한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와 자본화의 결탁으로 이뤄진 산물로 볼 수 있다. 즉, 의도된 전략으로서의 여성의 연령주의는 여성들의 나이듦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며 나이듦이 가지는 풍성한 의미를 일축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깨어있음이 여성 자신에게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현장에서 여성들은 나이듦을 통해 자신의 삶과 관계를 해석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발견한다. 여성의 ‘나이듦’이 문제로 드러나는 것은 여성들의 늙어가는 몸이 아니라 ‘비전 없는 미래’를 맞게 될 위기에 놓이도록 하는 결핍된 사회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떠넘기던 무책임의 발견이 노인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면화된 연령주의를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내면화된 연령주의가 여성의 경우 더욱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마도 가부장제 사회가강요한 이데올로기적 틀에서는 여성과 나이듦이 쇠락과 퇴보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범주화의 틀을 깨고 나가야 하는 이유와 목표를 발견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전 생애 전체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그러하지만, 나이듦은 신체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앞서 살아온 시대의 축척이 기억과 체험으로 쌓이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는 성숙과 통찰, 지혜와 깊음 등의 모습으로 삶이 나타난다. 자
본화된 사회에서는 가시적인 평가에 의미를 두고 이것을 임금과 효율로 정산하는 과정에서만 그가치를 책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부장제와 자본화의 결탁의 산물임을 이해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이러한 편협함을 거두는 것일 것이다. 이는 여성의 연령주의가 가지는 이중의 고통을 해결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을 접목하여 볼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생애사 구술’을 들 수 있다. 여성 노인의 삶에 대한 재해석이 가장 실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여성 노인의 경우 그들의 객인의 삶의 회상과 사회적 역할을 되짚어보는 작업은 노인복지의 한 영역으로 이미 자리 잡혀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경우 치료 차원에서 머무는 생애사 구술의 영역을 사회 참여와 삶의 활력을 제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에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 줄 이들이 필요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줄 인력 또한 필요하다. 여성 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애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효과가 있으며 때로 기억의 상기로 다시금 생의 소망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서술해 줄 상대방으로 젊은 층의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화예술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대책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여성 노인들에게 글쓰기를 가능케 하는 강좌를 개설하여 스스로를 글쓰기에 참여시킬 수 있고 이 때 젊은 창작가들은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담당시킬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노인들은 소그룹 내에서자신들의 이야기를 형성하며 커뮤너티를 형성할 수 있는 등 기존에 시행되던 생애사 구술의 방향을 수정하여 보편화 시키는 것도 여성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편이 될것으로 보인다.
결국, 페미니스트 노년학은 권력관계,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 본질적으로 다른 삶의 기회들에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 등을 강조한다. 여성의 노화 과정을 사유하는데 있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이는 여성학이 ‘몸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즉,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열등한 지위가 남성과 다른몸에서 온 것이 아니라 관습과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노화가 젠더처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고, 문화가 신체적변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정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우리의 늙음을 담담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이를 절망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바로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계속>
김유진 객원기자
[2018년 2월 23일 제97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