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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봇물 터진 ‘미투(Me Too)’…그들의 민낯은 추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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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운동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봇물이 터진 성추행 피해 사례는 이제 시작이라는듯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화 예술계 인사들에 이어 최근 종교계도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신부가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선교 봉사활동 중 여성신도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피해 당사자 A씨는 언론에 당시 상황을 폭로하면서 신부가 여신도를 성폭행을 하려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알려지면 몇 년 동안의 전교 노력이 허사가 될까 두려워서 큰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개신교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7월 기독교반(反)성폭력센터를 개소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센터 개소에 앞서 내달 2일 ‘교회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Me Too)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허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에 대해 여배우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MeToo·나도 당했다)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각계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나왔지만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다가,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가 한 방송에 출연해 8년 전 법무부 고위 간부였던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미투운동이 촉발됐다.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미투’ 운동 확산
여성계, 끊이지 않는 성폭력 대책 모색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방송에 출연했다는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곧바로 문학계로 이어졌다.
최영미 시인이 잡지 ‘황해문화’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으로 문단 모임에서 겪은 성추행을 고발했다.


최 시인 역시 방송에 출연해 “(시에 언급된) 그는 상습범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술자리든 아니든 간에 그것도 거절할 때도 세련되게 거절하지 못하고 좀 거칠게거절하면 뒤에 그들(유명 남성문인들)은 복수를 한다”며 “메이저 문예 잡지의 편집위원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이 시 편집 회의를 하면서 그런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한 그 여성 문인에게 시 청탁을 하지않고, 작품집이 나와도 평 한 줄 써주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문화 예술계는 이미 상황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이윤택 연극연출가의 도를 넘은 성추행·성폭행 피의 사실은 실명 혹은 익명으로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연극계 ‘대부’로 군림한 이 씨는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자신이 이끌어 온 극단 연희단거리패 내에서 20년 가까이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이 커지자 이 씨는 지난 19일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조차 거짓말을 한 것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사진작가 배병우, 영화감독 조근현 등이 성추문에 휘말렸고,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와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대표의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연예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도 최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밝혔고,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을 성희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에 대한 폭로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이명행, 오달수, 한명구 등도 성추문 논란의 당사자들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미투 운동’을 ‘위드유(With You)’운동으로 확산시켜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성희롱·성폭력을 근절시키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50여개 여성인권단체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등 전국 15곳의 검찰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고, 서지현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225명도 같은 날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라는 성명을 내며 ‘위드유 운동’에 동참했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관객들은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위드유’(#With You) 구호를 외치며 미투 응원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26일 오후 7시부터 ‘MeToo 운동 긴급 광장을 열다-우리는 아직도 외친다 이게 나라냐!’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동안 우리는 각자의 피해 경험 말하기를 지속해 왔지만 여전히 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미투’ 운동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은 기자

[2018223일 제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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