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조명
2. 노인복지와 여성복지 관점에서 나이듦
3. 법제도적 관점에서 나이듦
4.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
5.‘여성’의 ‘나이듦’에서 파생된 이슈 현황과 실태√
6. 한국의 연령주의와 여성의 연령주의
7. 여성노인의 고용활성화와 복지패러다임
8. 여성’의 ‘나이듦’의 이중차별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
‘여성’의 ‘나이듦’에서
노인과 노화로 이해되는 ‘나이듦’
‘여성’의 ‘나이듦’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제 문제들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노화와 노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노인복지법 제2조에서는 ‘①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 ②노인은 그 능력에 따라적당한 일에 종사하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기회를 보장받는다 ③노인은 고령에 따르는심신의 변화를 자각하여 항상 심신의 건강을유지하고 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의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동법 제3조에서는 ‘국가와 국민은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에 따른 건전한 가족제도가 유지 발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히며 노인의 정의와 사회적 활동의 보장 및 존엄성을 명시하고 있다. 명문의 규정에서도 보듯이 노인은 그들의 앞서간 시간에 대해 후세들에게 존중과 배려를 받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인 보장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히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도 ‘노인을 위한 UN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다음과 같은 5개의 원칙이 있다. 자립의 원칙, 참여의 원칙,보호의 원칙, 자아실현의 원칙, 존엄성의 원칙이 그것이다.이러한 원칙들은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 노인 복지의 법제와 정책에 대원칙으로 반영되어 왔다.
그러나 그 방향성이 실제에 있어 얼마나 구체화 되어 왔는가의 문제는 계속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앞선 세대에 대한 존중의 태도라는 측면에서 원칙들의 구체화의 정도는 그 사회의 성숙도가 가늠되어지는 지점일 것이다.
연령주의의 문제
나이듦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연령차별의 개념이다. 이는 인종차별, 성차별처럼 사회문제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사실상 연령차별에 관하여는 여성권리 운동이나 인종차별을 둘러싼 운동 등에 비하면 그역량이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나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불거져 나온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안의 내면화된 연령차별주의이다. 마거렛 크룩섕크의 표현을 빌
리자면,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이 열등감의 메시지를 내면화하듯이 많은 노인 여성은 자기 나이를 수치스러워한다. 이것은 연령차별주의가 행하는 가장 은밀한 형태이다.
자신의 연령차별적 의식을 계속 점검하지 않으면 잘못된 기대와 억측들이 슬금슬금 피어 올라와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내면화된 연령차별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심지어 타인이 그들에게 던지는 부당한 평가 마저도 합리화하게 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특히 심화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의 격차, 문화적인 거리, 풍요의 시대를 누리는 세대가 이해하지 못한 이전 세대의 고통 등이 한 몫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저출산과 의료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변동으로 고령자의 사회적 참여가 이슈화되면서 젊은 세대와 노동시장을 둔 경쟁 아닌 경쟁이 발생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 추세로 WHO와 UN 등에서 ‘활동적 노화’를 기본적 정책으로 권장하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있다. 이는 사회통합을 위한 거시적인 안목에서도 고령자의 사회 참여에 관한 이슈는 중요한 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
가장 최근의 한국노년학회에서 열린 학술대회 자료를 살펴보면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제안한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을 직시하여 고령화 사회의 부담을 감소하는 정책은 고령자 고용을 필요로 하게 되는 점에 주목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움직임을 고령 인력의 사회적 활용이라 할 수 있는데, 지속가능한 고령자 일자리 제공을 통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성장 동력으로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노동 시장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고령자 적합 일자리 창출, 기업의 고령자 취업알선 및 지원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령자의사회참여 촉진은 고령자의 상실된 사회적 지위 및 역할을 회복시켜 이들을 사회의 주류에 합류시켜야 할 것이다. 연령주의의 핵심요인은 노인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노인차별, 노인 회피,노화 사실에 대한 편견과 과장된 일반화를총칭한다.
이러한 연령주의적 지배문화는 노년을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부정적 타자로 간주한다. 특히, 한국의 연령주의는 사회체계,문화, 이데올로기에 깊이 결부되어 있어 개선과 탈피가 어렵고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연령주의가 ‘내재’되어 있는데, 이는 연령이 높을수록 더욱 강하다. 더욱이 노인들 자신이 노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는 노년기에 신체적 쇠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진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아도 건강상태의 악화는 우울 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며 죽음에 대한 불안의 관점에서도 자아 기능이 급격히 상실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체적 기능의 쇠퇴가 삶의 상실의 문제들을 대처하는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이는내면의 불신과 연결되어 상실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노년기는 건강과 체력의 감소, 직업의 은퇴와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 또는 지인들과 사별을 경험하며 또한 노화와 비활동적 특성들로 인한 국가와 가정이라는 공동체 내에서의 지위 및 존재감의 상실로 인한 충격과 상처는 노년기 죽음불안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런 부인할 수 없는 현상들을 다르게 보는 이들이 있다. 노년기 불안과 관련한 연구자 Erickson은 노년의 삶을 다르게 해석한다. 그는 노년기의 삶에 대한 의미와 자아통합의 근원을 외부와의 활동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노년기에 경험하는 내적인 투쟁과 갈등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내적인 성숙과 지혜에 대한 잠재력을 더 강조했으며 이 투쟁을 ‘자아통합 대 절망’이라고 했다.
따라서 노년기의 위기적인 위협적인 요소들은 오히려 노인들의 성숙과 지혜에 대한 깊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긍정적인 자원으로 이해할수 있다고 보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자신을 노인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며 연령이 높을수록 연령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동일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연령주의가 내재되어 있으며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연령주의 인식이 강하여, 특별히 개인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의 문제
여성 노인의 삶이 존중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경제적 지위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다. 이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전 생애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로 여성의 삶을 볼 때 무급 돌봄노동으로 인한 경제력의 약화는 서서히 진행되는데 이는 홀로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문제와 만나 빈곤의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의 문제는 여성노인의 이중적 차별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이동옥의 연구에서는 여성과 노동의 문제를 이렇게 언급한다. “젊은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노동시장의 삶은 가사노동과 양육을 수행하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이루어진다.
자율적이라고 확신하는 젊은 남성의 삶은 경제적․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만, 가사노동과 양
육 및 노인, 장애인, 환자의 보살핌 등을 수행하는 비가시화된 노동이 없었다면 유지되지 못한다”. 이는 사실상 여성의 무급노동의 희생 위에 가시화된 남성의 노동만이 존중 받는 양상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여성의노동 진입의 어려움의 이유를 밝힌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인식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전 생애에서 여성노인에게 일의 의미는 다른 연령층과 동일하게 생계수단이며 일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노인이 일하는 목적이 사회참여나 소일거리 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여성노인의 고용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역시 여성노인의 취업목적과 노동력 특성을 반영한 고용정책이어야 한다. 또한 여성노인의 생애경험이 반영된 개인적 특성에 기초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인력개발원의 프로그램들이 여성노인들의 특성을 살릴 수있는 방향으로 도입될 것이 요구된다.<다음호에 이어짐>
김유진 객원기자
[2018년 3월 23일 제98호 13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