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을 넘어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다짐의 자리가 지역구에서 마련됐다. 부산 사상구(구청장 송숙희)는 지난 14일 주례동 사상자활카페에서 송숙희 구청장과부산여성뉴스 유순희 대표, 여성문제 전문가와 16개 여성단체 대표, 여성친화일꾼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드유’ 실천 방안모색을 위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지자체 기관 차원으로는 전국 최초로 마련된 이번 집담회는 미투(#Me Too)운동과 위드유(#With You)동참 등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사상구가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신라대학교 공미혜(여성 가족학) 교수와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이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집담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사례발표와 의견 개진이 있었다. 참가자 객석 패널들은 일생동안 남성중심적 권력구조가 만들어낸 환경 속에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언제든 위기에 놓여있다며 성평등 이전에 우리사회에 부족한 근본적인 인간애와 배려, 존중의 문화 결여를 문제로 지적했다.
사상구 제1회 우먼 라이브러리 젠더 토크쇼 개최
미투(#Me Too)를 넘어 위드유(#With You) 운동
참가자들은 모임에 참석했다가 성추행을당한 이야기, 학창시절 교사의 성추행 등 자신들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고 이 가운데 한 여성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미투 고백 대상자가 아닌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사회의 대변화와 함께 성평등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날 자리한 지역의 남성패널들도 “미투 운동으로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다”, “남성 우월적 사고를 버리고 남녀가 다름을 인정 해야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 놓았다. 이어 잘못된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대안으로 “성추행·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신고가 필요하다”, “사상구가 공단과 교도소의 이미지를 벗어나 문화적으로 멋지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여성과 남성의 구별 보다는 먼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우선시 될 수 있는 교육이 활성화 돼야한다”는제안, “성폭력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공미혜교수는 “자칫 이번 미투운동으로 남성들 사회에서 펜스룰이 만들어지는 등 또 다른 여성차별이 우려 된다”며 “남성들의 가치관 변화와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유순희 대표는 “끊임없이 남성 대 여성이항대립 구도로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 말고 불시에 추행을 당하는 여성들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기만 할 게 아니라 성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돼’라는 강력한 의사표시가 필요하고 여성의 거부에 남성은 ‘미안해’로 답하는 우리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어릴 때부터 형성될 수 있도록 윤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청 관계자는 “이날 집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실천적 방안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위드유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
[2018년 3월 23일 제98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