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운동 부산대책위는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5시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미투운동 긴급토론회 ‘당연한 걸 당당하게 말하다’를 개최했다. 성폭력 생존자, 활동가,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날 토론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증언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연대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먼저 전했다.
먼저 “지난해 당시 정의당 전국위원이었던 권모 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후 지금까지 공론의 장에서 싸워 온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권 씨가 밤마다 ‘가슴을 만지고 싶다’, ‘너를 성 노예로 만들고 싶다’는 등의 성적 욕망이 담긴 언어폭력과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찍어 보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당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오히려 나를 정서가 불안한 사람이라고 몰아갔다”며 “올해 1월 미투 운동이 불고 나서야 당 차원에서 공개 사과하고 성폭력 대응 매뉴얼 작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B 씨는 “31년 전 자신이 대학교 1학년 때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이모 교수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B 씨는 “교수가 온갖 음담패설을 하고 등에 손을 올리거나 손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를 받기 위해 교수에게 편지도 하고 학교에 피해 사실도 알렸지만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는 왜 이제야 이런 사실을 폭로하느냐고 말하지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그 일을 잊지 못했다”며 “이 자리에서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C씨는 “부산 북구에 있는 한 대학에서 박 모 교수가 신체 일부를 만지고 해부학책을 펼치며 성관계 경험 등을 물어보며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교수는 당당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어 다른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해 미투운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았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그동안 여성들은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들은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가해자들은 승승장구하는 세상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피해자가 피해를 보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며 미투운동이 단순한 범죄 처벌이 아니라 사회의 모습을 바꾸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박정은 기자
[2018년 3월 23일 제98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