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앞다투어 여성‧청년공천확대 방침을 정해놓고 표면적으로는 적극공천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정가의 여성공천 분위기는 냉랭하다. 정권교체와 정치권 권력 이동이후 갖는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오로지 ‘이기는 선거를 위한 전략만 있을 뿐’ 여성공천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물 건너갈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이어 2년 뒤 치러질 총선과 향후 대선까지 계산하고 있는 지역 정가는 민주적 성평등 정치구조나 여성과 청년 등 정치신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는 분위기다. 이같은 현장의 분위는 출마준비를 위해 그동안 지역구 현장을 뛰어온 여성‧청년 등 정치신인들이 한결같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다.
최근 고민 끝에 예비후보등록을 준비했다는 여성예비후보는 “당협위원장과 현역의원 등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의 판이 이미 짜여져 있어 여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중앙당의 여성공천방침을 믿고 경험삼아 도전했다”고 밝혔다.
실제 모 지역구에서는 한 당협위원장이 “그동안 도와준 분들도 있고 이미 다 정해져 있으니 이번에는 당의 선거를 좀 도와주고 다음 기회에 보자”고 했다며 “중앙당이 여성과 청년 등 정치신인에게 대폭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말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당협위가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은데 후보로 등록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는 어렵다고 했는데도 서류를 제출했다가 미운털이 박힐까 염려된다”는 게 수년동안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예비출마자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한 공직선거의 지역구 후보자 추천시 여성30%이상 추천을 당헌 당규로 규정하고 있고, 자유한국당도 지방의원 공천과 관련 중앙당에서 누차 “청년, 여성, 정치신인에 대한 50% 공천(국회의원선거구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 당과 부산시의 새로운 활력을 제고하고 부산정치의희망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적극적 여성공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여성정치연대활동을 해온 부산지역 한 여성단체 대표는 “아예 이번 지방선거는 여성전략공천은 없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며 정치권이 퇴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예비후보들도 “책임있는 중앙당직자들이 말로만 여성공천의지를 홍보할 게 아니라 지역 공천위나 공심위가 이를 적극 준수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야 한다”며 “만약 이번에도 여성의 몫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역공심위의 공천결과에 따라 부산지역 범 여성계도 집단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야말로 여성을 얕보다가 어떤 결과가 올지 총선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당관계자는 “여성을 적극 공천하고 싶은데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며“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은 물론 조직력 등 충분히 경쟁력있는 여성후보가 있다면 공천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1일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선출직 부산여성예비후보는 시도지사 0명,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8명, 시군구의회의원45명, 교육감 2명, 국회의원 1명 등 총 66명. 아직까지 등록하지 않은 현역의원 등을 포함하면 최종 등록 후보 수는 늘어날 전망이지만, 공천관문을 뚫고 살아남을 예비후보를 감안한다면, 비후보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최종 등록 여성후보의 수는 이전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순희 기자
[2018년 3월 23일 제98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