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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회에 경종을 울린 계기 … 존중과 배려의 문화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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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사회를 연일 충격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대형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성계의 공분을 산 대표적인 사건이 올초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이다. 오랜 가부장문화와 남성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잘못 형성되어온 젠더인식과 관행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시작일뿐, 뿌리깊은 상처를 도려내 새살이 돋기까지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혹자는 여성으로 태어나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미투를 호소하고 싶었던 일이 없었으랴 반문한다. 권력구조에 의한 성폭력이든, 저항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이든, 강제적이건 비강제적이건 간에 성폭력은 범죄임엔 분명하나, 합의된 행위였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랑 하다가 어느 한쪽이 배신할 경우 보복행위를 하는 경우와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억울한 피해자들의 상황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여성들이 제대로 대응법을 몰라 어리석음을 범했다면 두번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력히‘NO’할 수 있는 대처방법을 숙지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이번 기회를 통해 권력구조에 의한 성폭력을 근절시키고 잘못된 성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사회와 조직내 남성중심의 새로운 ‘펜스 룰’이 만들어져 또다시 여성을 역차별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형성될까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남성들의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호에는 우리 지역사회 중견 여성지도자들인 40~60대 여성오피니언들은 과연 미투현상과 미투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의견을 지상좌담회를 통해 투영해 본다. <편집자 주>4월 어느 봄날 각 분야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10여명의 여성리더들이 모였다.


와인과 차를 겸한 자리에 세상 돌아가는 담소가 빠질리 없을 터. 최근 부산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한 공직자의 여성문제가 충격적인 소식이던만큼이나 화제의 도마에 올랐고 앞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정치권 연예계 인사들의 잇단 미투 폭로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사랑과 불륜은 진짜 성폭력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게 전체적인 의견. 정말 혼자 속앓으며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온 성폭력 피해자들과 구분되어야 용기를 내 밝힌 그녀들이 두 번의 상처를 받지 않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두 시간 여 이어진 난상토론의 열기는 뜨거웠다. 미투운동에 대한 중견 여성리더들의 솔직한 담론을 담아본다. 이름은이니셜로 표현한다. ▲Y = 사실 미투운동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시선의 환기라고 생각합니다.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약자가 강자에 의해 휘둘리거나 폭력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큰줄기의 메시지가 미투운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데 자칫 여성이라서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인 것처럼 몰아가거나 매우 자극적인 시선들로 남.녀의 이야기, 그저 섹슈얼한 이슈로만 몰아가면 오히려 2차 피해자들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사설이 길면, 본론의 이야기가 흐려지듯이 자극적인에피소드로만 몰고 간다면 용감하게 자신의 피해를 고백한 여성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솔직히 처음에 해외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을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여성들의 용기는 그들만의 세상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고, 정말 그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사회 여성들의 의식도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물론 이에 비해 우리의 사회적 환경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생각이 군데군데 팽배해있고 간혹 어떤 자리에서는 여전히 여성 폄하적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시각들이 존재해서 상처받는 여성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여성들의 용기는 아직 우리에게는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운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이런 용기있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사회가 그들의 못된 행위를 질타하고 법제로 다스리면 못된 남성들의 일방적인 행위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봐요.


▲J= 요즘 기업하는 남성들 얘기 들어보면 회식을 거의 안하는 추세이고, 회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여성들 옆에 앉지 않으려고 하고, 가급적 술자리도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노래방은 안가다보니 장사가 안된다네요.


남자들이 비겁한것 같아요. 왜 회식을 한다해서, 술자리가 있다해서 겁내야합니까. 자기들이 그런 비겁한 짓이나 미투당할 행위를 안하면 될 것을 술자리 회식자리 기피는 그동안 그런 자리를 통해 여성들을 마음대로 대해왔다는 거 아닌가요. 이번 기회에 좀 사회가 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남성들의 사고관이 확 바뀌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B= 요즘 가슴 졸이며 사는 남자들 많을걸요. 수십년전의 이야기를 들춰내는 건 좀 생뚱맞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역으로 오죽하면 이제라도 가슴속 응어리를 끄집어내 그날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 성폭력은 본인이 느껴보지 않고는 그 모멸감을 이해못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 여성들은 용기있는 여성들을 보호해주고 그들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용기있는 여성들의 미투가 이어질 것이고, 미투운동은 결국 우리사회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까지만해도 보세요. 벌써부터 겁먹고 있는 남성들도 많습니다.


정말 조심해야 되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우리 사회에 성인식의 전환은 물론 성폭력으로 인생이 쫑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남성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차원에서 이번 미투운동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L= 저는 사실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미투운동의 여파로 잘못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남성들의 여성배려문화가 이 기회에 정착된다면 참으로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나 사실역으로 경제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요즘 주변 지인들은 장사도 안되고 경기가 안좋다고 하소연들 합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해요. 최저임금이다 뭐다 고용주들의 부담도 크고,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다보니 힘든데 미투운동이후 사회경기도 더욱 얼어붙은거 같다고 합니다.


▲A= 저는 이번 기회에 남성중심적 권력 구조와 비뚤어진 성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여성들을 부속물로 보고 우습게 여기는 남성들의 태도도 좀 바뀌어야 합니다. 어찌된 것이 남성들은 여성사업가들을 대할 때 먼저 한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고 능력의 진가를 알기전에는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조직구조속에서 상명하복의 권력구조 또는 먹고살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좋은 직장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데 괜히 터뜨렸다가 좋은 직장 잃게 되면 본인만 손해가 된다생각하니까 여성들이 당하고도 전전긍긍하는거 아니겠어요? 이런 잘못된 조직문화와 권력구조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처벌의 수위가 강해야 한다고 봐요. 약자를 두 번 울리는 꼴이거든요.


▲K= 사랑을 했다면 조건없는 사랑이 되어야는데, 합의적 사랑을 했다가 배신을 당하면 어느 한쪽이 보복을 하는 행위는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랑을 했다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털어버려야하는게 맞고 어떠한 목적에 의해 합의적 사랑을 했다가 욕심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도 서로를 배신할 경우 그들의 개인적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저는 여성들도 처신을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당당하고 떳떳한 사랑을 하던가요. 솔직히 주변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네 번 당했다고 하면 그걸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셔요. 본인이 받아줬길래가능했다는 거죠. 정말 그것이 강압적 권위적 갑질에 의한 성폭력이었다면 애초에 거부하고 문제삼아 차라리 자신을 지키고 자존감도 지키지 않았을까요. 저도 우리 여성들도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Y= 불륜은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문제라고봐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같은 성 안에서도 사람 관계는 얼마든지 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륜은 개인 감정에서 발생하는 건강하지 못한 부적절한 관계들입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사회적 강자와 약자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불륜은 서로가 좋아서 다른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부정적 행동이지만, 미투 운동은 한쪽의 권력이 한쪽을 억압하거나 제압하는 조건을 단 부당행위입니다.한쪽의 일방적인 강요가 다른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가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S= 여성은 언제나 사방이 폭력적이고 위협의 환경이 도사리는 가운데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인 것 같아요. 일생을 살면서 폭력적 행위를 당해보지 않은 여성들이 얼마나 될까요. 여기 있는 분들중에서도 하나씩 고백해보라고 하면 미투거리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런 사회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비뚫어진 욕망과 물욕주의가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여성 또한 피해자이지만 물욕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반문해봐야 합니다. 비겁한 남성집단들도 이제는 좀 변해야합니다.


여성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이번 기회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닌 상황에서는 당당히 거절하고 ‘노우’라고 말할 수 있는 단호함, 어릴적부터 남아들에게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은 범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도 철저히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Y=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린 시절부터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열린 마인드로 배우는 집안에서의 교육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를 좀 더 인격적으로 대하는 남편의 역할, 남편을 좀 더 인격적으로 대하는 아내의 역할. 그런 아버지나 어머니를 보면 아이들은 분명히 성 역할에 대한 바른 시각을 익혀갈 거라고 봅니다.


그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거죠. 폭력을 당해 본 아이들이 폭력 부모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현실에서 자주 마주합니다. 폭력은 대물림이 된다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죠. 사실, 성폭력 예방에 대한 대안은 현실에서 보고 느끼면서 생활 속에서 깨우쳐야 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미투 운동 역시 어느 한 시점에서 확 끓어 올랐다가 식어질 흐름은 아닌거죠. 그래서 더더욱 한순간 끓어오르다가 확 식어버리면 어쩌나 염려하는 마음들이 많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고 쉬지 않고 치다보면 언젠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루아침에 우리 사회가 변할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오늘의 이 운동에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보다 강한 자신감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용기내고 소리낸 그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관심을 갖는 끊임없는 사회 일각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시간 역시, 잊지 않으려는 일련의 노력이겠죠?


김유혜민 기자

[2018420일 제9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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