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조명
2. 노인복지와 여성복지 관점에서 나이듦
3. 법제도적 관점에서 나이듦
4.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
5.‘여성’의 ‘나이듦’에서 파생된 이슈 현황과 실태
6. 한국의 연령주의와 여성의 연령주의 √
7. 여성노인의 고용활성화와 복지패러다임
8. 여성’의 ‘나이듦’의 이중차별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
연령주의의 의미
연령주의의 문제, 즉 연령차별의 문제는 한국적 상황에서 특히 여성의 경우 그 체감 정도가 고통스러워진다고 할 수 있다. 연령주의를 쉽게 정의하자면, 노화나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상황이 연령주의의 문제와 어우러져 특별해지는 이유는 우리 역사 속 급격한 경제성장의 속도와 연관이 깊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자본의 형태로 그 가치가 결정되는 가운데 무급의 돌봄 내지 가사노동의 영역으로 소외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자 여성 노인의 인구들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회적 구성원들의 관계에서 소외되었으며, 그 결과 연령주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되어 그 차별적 영향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연령주의의 특징
이와 관련하여 가장 최근의 연구로 2017년 5월의 한국노년학회·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공동주최의 학술대회 자료가 있다. 이들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적 연령주의의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고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고령화율 뿐 아니라 인구 자체의 고령화도 함께 진행된 것이다. 자연히 60세 이후의 20년 내지30년간의 삶의 질 문제와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다.
평균수명의 연장은 경제 발전과 의료수준 개선으로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참고로 2015년을 기준으로 남성은 79.0세, 여성은 82.5세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또한 출산율의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연령주의의 원인은 한마디로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 와 같이, 급속한 현대화로 인한 고령자들의 지식과 기술의 유용성 약화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정보화 사회 진전으로 청년층에 비해 고령층의기술의 유용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여전히 권위주의 문화가 심각한 점이 작동하여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려 하는 문화는 노화과정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의 심화에 한 몫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방향에서 한국의 연령주의를 분석하자면, 노인을 복지나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연령주의 심화를 거들고 있다.
다시 말하면 ‘노인’은 항상 ‘문제’와 결합되는 식의 사고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 문화가 형성되며 노인을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부정적 타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범람이 그 한국의 연령주의를 심화시키는 통로로의 역할을 한셈이다. 젊은 층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더욱 쉽게 한국의 연령주의가 설명된다.
문화의 중심을 젊은 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의 강화는 고령자로 하여금 처음부터 사회적 주변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을 사유하게 만들었다. 이는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노인이 희화화 되거나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정치적 이데올로기 역시 노인을 보수와 동일시 하는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층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우리의 인식 내에 잠재하며 이는 연령주의의 심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 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의 연령주의
한국연령주의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들과 조우하게 된다. 연령주의를 달리 해석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라 할 수 있는데, 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참고하여 연령주의의 정도를 수치화하면, 만점을 105로 보았을 때, 58.60으로 보통의 수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노년의 시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과 노인 인구 자신들의 부정적 인식의 부분이 있음을 종종 만난다. 이는 노년의 시기를 적극적으로 사유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시기가 아니라 부정적 문화의 시기와 생애주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학력의 정도와 연령주의의 인식은 더욱 흥미롭다. 고령자의 학력이 높을수록 고령자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여성과 연령주의의 문제를 좀 더 구체적인 상황들과 연계하여 살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학술대회의 자료들은 응답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연령주의 현황을 점검하였다. 우선, 성별의 경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여성이 남성보다 연령주의 인식이 강하다. 또 노동시장에서의 직급의 분류에 따르면, 직급의 관리자직에 있는 경우 고령자에 대한 차별 인식이 강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에 비해 연령주의의 인식이 약하며,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연령주의의 인식이 약하게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여성 스스로가 남성에 비해 고령자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사회에서 이처럼 여성의 연령주의 인식이 강한 이유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가부장 중심의 사회구조의 견고함은 여성의 사회진입 장벽 자체의 어려움을 가져오게 되고, 혹 사회진출의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그 직위의 지속을 위하여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는 구조는 모든 것을 자본화, 시각화하는 사회 문화를 부추겼다.
이는 역동적으로 단시간 내에 어떠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경우 사회 견인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는 연령의 하향 내지는 단기간의 성취를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되는, 천박한 성취주의 중심의 문화를 중심 문화로 보게 된 것이 이유이다.
우리의 시선을 들어 이전 세대, 우리의 어머니 세대의 피와 땀과 인내를 존중하며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길 수만 있다면, 나이듦이 진행될수록 이 사회는 여성 노인들에 대한 무정형화된 노동가치의 환산, 그것에 대한 감사와 존중,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여성 노인들 자신의 인식이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이 될 것이며 이는 여성의 연령주의 인식의 가속화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령주의에 대한 사회적 대처
이렇게 한국사회의 고령화의 진전은 여러측면의 사회적 논의의 필요를 가져왔다. 당연히 고령자의 사회적 참여가 너무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하여 많은 방향성의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 학술대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하는 연령은 69.1세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스스로의 노인 판단 기준을 연령만으로 판단하는 비율보다 연령이외의 요인, 예를 들면 외모나 직업의 유뮤 등으로 판단하는 정도가 더욱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령주의의 부정적 인식에 대처하여 궁극적인 사회적 통합의 방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연령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사회적인 제고를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의 과정을 통할 때 그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가능하다면, 공교육의 측면에서 연령주의에 대한 사회통합적교육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평생 교육의 장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의 차원에서 연령주의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고령화 진입 속도를 감안하여 고령노동자의 고용의 필요성과 노동시장 진입의 장벽을 철폐하여 노동시장의 중심세력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최근, 40·50대의 조기 퇴직 분위기는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기회의 제공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강력하게 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입법화의 과정이 필요하며,이 내용은 연령차별금지와 노인의 인권 강화를 위한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스스로를 개발하는 차원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작은 한 걸음은, 일상의 새로운 지식의 습득의 과정이나 기술의 습득, 사회적 관계의 습득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될 수 있다.
나이듦은 때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시키는 데 동조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내재된 벽들을 과감히 허물어뜨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나이듦이 가져다주는 성숙함과 많은 경험들의 보유, 이해력의 극대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사회적관계 안에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령주의가 하나의 문화처럼 각인되어 있는 분위기에 저항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되는 분야는 노동시장의 분야이다. 우리는 취업 후 다양한 형태의 연령차별을 경험하는 바, 이는 재취업 시장에서의 불이익, 임금차별, 직장 내 배제나 무관심,직업교육의 차별 및 정보에서의 소외,해고 등의 부당한 대우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취업 장벽의 연령 제한을 낮추는 것이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다가오는 생애주기의 구분은 이전의 그것과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대졸자의 취업시장 진입이 쉽지 않고 취업연령의 상향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조급한 성취주의적 사회분위기는 한 인간의 성장 동력을 많은 부분 건너뛰게 함으로써 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성장을 이전과 달리 더디게 하는 측면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령으로 인한 차별과 연령주의의 부정적 인식의 철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 구성원들 모두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유튜브 동영상의 박막례 할머니의 메이크업 동영상은 우리를 새로운 관점에서 여성노인을 바라보게 한다. 박막례 할머니의 사례는 여전히 삶에 대한 소망을 가진 자로, 살아 있는 하루하루를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게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란 저서에서는 중년 이후 노년의 시기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간이라고 언급한다. 우리 인생의 정점은 중년 이후의 성숙함과 경험을 바탕으로한 용감한 실천이 필요한 시기, 서드 에이지에 있다.
우리의 삶이 이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니 그 자리에 머무르라는 속임수를 과감히 거부하라. 더욱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더욱 성숙하고 대담한 모습으로 살아야 할 시기가 중년이후 노년의 시기이다. 우리 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다음 호에 이어짐>
김유진 객원기자
[2018년 4월 20일 제9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