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조명
2. 노인복지와 여성복지 관점에서 나이듦
3. 법제도적 관점에서 나이듦
4. 페미니스트 노년학의 관점
5.’여성’의 ‘나이듦’에서 파생된 이슈 현황과 실태
6. 한국의 연령주의와 여성의 연령주의
7. 여성노인의 고용활성화와 복지패러다임√
8. 여성’의 ‘나이듦’의 이중차별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
여성 노인의 고용 활성화 검토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무급 돌봄노동으로 인한 경제력의 약화는 서서히 진행되는데 이는 홀로 남성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문제와 만나 빈곤의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의 문제는 여성노인의 이중적 차별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이동옥의 2012년 연구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여성학적 성찰’에서는 젊은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노동시장의 삶은 가사노동과 양육을 수행하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자율적이라고 확신하는 젊은 남성의 삶은 경제적·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만, 가사노동과 양육 및 노인, 장애인, 환자의 보살핌 등을 수행하는 비가시화된 노동이 없었다면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가치 폄하된 여성노동의 터 위에 남성노동의 가치만이 존중받는 모습인 것인데 대부분은 이러한 평가의 불공정함을 인식하지 못한다. 고용 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이 또한 여성의 나이듦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많은데 어쩌면 남성중심의 고용정책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고령화의 위기라는 말은 이와 관련한 정책의 시급성과 함께 고령화의 특성 중 여성 노인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새로운 관점의 노인고용활성화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노동 시장적 관점에서 생산연령인구의 노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양부담의 증가에 대한 완화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공공연금제도의 개혁, 정년 연장제, 노인고용촉진 등의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공공연금제도와 관련하여 한 예로 유족연금의 경우 현재는 60%만 받도록 되어 있다.
10년째 20만 원대에 묶여 있어 유족연금의 노후 보장성 미흡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고령화의 쓰나미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정책적인 어젠다 설정에 있어 이미 고령 사회에서 발생될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비하고 있었음을 관련법안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 전 고령자대책기본법의 기본 관점을 ①획일적인 고령자상 탈피 ② 고령자 문제에 대한 예방과 준비를 중시함 ③고령자의 사회참여 촉진 및 지역사회기능의 활성화 ④남녀공동 참가의 시각 ⑤의료복지, 정보통신 등에 관한 과학기술의 활용을 제시하였다.
이는 성역할을 남성 중심으로 고정화해서 정책을 입안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보인다. 일본의 고령화관련 법안은 여성 노인의 고용시장의 특성과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장애 철폐를 위한 인식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 전환이 가장 시급한 대목은 바로 여성노인에게 있어서의 일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지점이다. 많은 이들은 여성 노인의 경우 일자리의 의미를 소일거리 정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그러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그러나 여성노인에게 있어 진정한 일의 의미는 다른 연령층과 동일하게 생계수단이며 일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여성노인이 되면 노동의 시장에서 아예 그 존재가 배제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여성노인의 일하는 목적이 사회참여나 소일거리 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에 있어 우리 사회가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성노인의 고용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역시 여성노인의 취업목적과 노동력 특성을 반영한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노인의 생애경험이 반영된 개인적 특성에 기초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인력개발원의 프로그램들이 여성노인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도입될 것이 요구된다. 전체 프로그램을 살펴볼 때, 30대와 40대의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에 집중되어 있어 컴퓨터 활용기술 등의 영역을 훈련하는 것이 주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확대, 구체적으로 여성노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친화력과 관계지향성 등의 특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구연동화를 미취학 아동들에게 읽어주는 역할이나 교구를 활용한 놀이 프로그램을 학습하는 과정 등은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유급화 시키는 방안과 학습을 위한 재정지원을 복지의 문제와 연계하여 정책적인 고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른 국가의 노인의 고용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보인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는 노년층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산파역할을 해왔다. 특히, Experience Works는 노년층을 위한 가장 오래되고 규모 있는 직업훈련 기관으로써, 경력이 있는 노동자들 가운데 55세 이상의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 승인된 비영리단체에서직업을 유지하거나 찾을 수 있는 교육의 기회와 카운슬링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한 SCSEP이라는 이름의 노인협회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지수가 하위 25%인 55세 이상의 노인과 그 가족들의 최저임금을 보조해 주기도 하였다. 비교법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경우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노인들의 폐지 수거와 관련하여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펴자는 주장과 관련하여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재정의 지원이 가능한 정책들을 복지의 차원과 연계하여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여성노인의 돌봄 노동과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
많은 여성 노인들이 자녀세대와 노부모 세대의 돌봄이 끝나면 손자녀를 돌보는 역할 수행자로 인식되며, 실제 이런 역할을 수행 함에도 저평가되거나 당연시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여성노인 스스로가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데 실제적인 여성노인의 삶의 질에 돌봄 노동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인희·김영란·염지혜의 2012년 연구에서는 돌봄노동의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배우자를 돌보는 것과 손자녀를 돌보는 이원체계로 나누어 정책입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돌봄노동의 경우 배우자를 돌보는 여성노인의 신체적·정서적 부담과 손자녀의 돌봄 노동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양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돌보는 여성노인의 인식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일 이라고 인식하며 동시에 도움을 주는 것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높으며 사회적 가치액 환산을 2012년 현재 91만원으로 보고 있다. 손자녀의 경우는 여성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가족 간의 갈등 양상이 달라지는데, 그럼에도 손자녀 양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돌봄 노동의특성을 잘 반영하여 정책적인 방향이 제시 되어야 할 것이다. 배우자 돌봄의 경우 공적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것과 가족 돌봄 체계관련 법안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손자녀 돌봄에 있어서는 공동육아나눔터 확대 및 여성노인참여프로그램 설계, 여성노인의 건강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제시하는 등의 맞춤형 정책들이 요구된다.
여성노인의 학습․일․여가
참여 실태의 검토
여성의 노년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복지적 차원에서 머무르는 한계를 탈피하여 학습과 일, 여가에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여성의 노년 전기는 여전히 일을 하고 싶지만, 일할 수 있는 여건은 과거보다 더 악화되는 시기이다.
한국여성정책의 2013년 박성정 외 4인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 전기의 취업률은 76.1%로 매우 높고 희망률이 86.8%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가사와 돌봄 등으로 인한 시간적인 장벽이 있다. 미취업 사유 중 가족 돌봄과 가사가 중기의 2배에 달한다.
평생교육 참여 의사는 54.5%이며, 노후 설계 교육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도 44.8%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년 중기는 전기보다 저하되지만 여전히 활동적인 시기로 노년 중기의 의욕과 후기의 참여 장애 요인이 혼재되어 있다.
이때에는 취업률이 전기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소일거리로 일을 하는 비중이 늘어난다. 취업 희망률은 47.1%이며 시간제 희망률이 31,3%이다. 이 때는 건강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여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노년 후기의 경우 취업률이 중기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취업희망률이 20.0%로 낮아진다. 시간제 희망률이 51.5%로 전일제 보다 높다 따라서, 여성의 노년기 정책은 연령별, 가구소득별, 개인의 특성 및 요구 사항 등에 따라 세분화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음을 보게 된다.
복지 패러다임의 문제제기
현대 복지국가는 전통적인 복지국가가 제시했던 “남성은 생계부양자이며 여성은 가정주부”의 모델을 비판한다. 홍승아 외 3인의 연구에서는 복지 분야의 기존의 전통적인 분류에서 노동과 계급이라는 변수를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유급노동과 돌봄 노동을 똑같이 중요한 분류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 또한 독립적인 수급권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성과로 평가한다. 기존의 모델을 변형하여 성인노동자 모델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대부분은 최근의 복지개혁이 고용친화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반영하기도 하는 한편, 여성의 지위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생애주기 특성을 고려하여 사회보장제도에 있어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에 대한 제도적 보완, 이혼 시 분할 연금수급권을 인정하고 이를 재혼 시에도 인정하는 개정이 있었다. 기존의 복지체계에 있어 남성을 중심으로 입안되던 정책이 여성의 경제주체로서의 지위를 반영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2인 생계부양자 체계로의 복지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성별분업체계와 가족 내에서의 성 역할 고정성에 균열을 내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역할의 재구성 등을 고민하게 하는 동시에 복지에 있어서도 새로운 제도적인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김유진 객원기자
[2018년 5월 25일 제100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