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여의 시간을 거슬러 시공을 초월한 문화의 향기가 부산을 설레게 하고 있다. 끝내 미완의 작품으로 아쉬움을 더했던 미켈란젤로의 원본 석고상 ‘메디치 마돈나’가 부산을 찾은 것.
천재작가로 불리는 르네상스 최고의 예술거장 ‘미켈란젤로’의 단한 작품만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가 오는 6월 17일까지 중구 대청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건물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하고 KBS부산총국이 주관하는 ‘2018 미켈란젤로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사진오른쪽)’은 지난 5월 15일 개막식 겸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부산시민들에게 첫 공개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미켈란젤로의 ‘메디치 마돈나’ 캐스트 조각상을 국내 최초로 전시하고, 르네상스 미술을 비롯해 메디치가와 미켈란젤로의 관계, 미켈란젤로의 생애 등을 소개하는 다채로운 기획 영상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메디치 마돈나(1521~1534)’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예배당인 플로렌스 산 로렌즈 대성당 새그레시아 누오바 제단에 위치한 대리석 조각품이다. 메디치 마돈나는 미켈란젤로가 1521년부터 제작을 시작했으나 끝내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메디치마돈나’는 이탈리아에서 석고를 이용한 전통적인 캐스트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1780년 주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디치 마돈나의 캐스트 석고상은 러시아 모스코바 푸쉬킨 박물관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전시는 이탈리아 건축가 이코 밀리오레와 마라 세브베토가 큐레이팅하고, 르네상스 미술사 전문가인마르코 카르미나티의 도움을 받아밀라노 밀리오레+세르베토 아키텍츠 스튜디오가 특설전시장을 디자인했다.
특히 부산의 근대문화유산인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이번 전시는 피렌체 메디치 성당 공간을 시각화한 구조물과 미켈란젤로의 생애 등을 표현한 영상물을 감상하고, 당시의 음악과 함께 ‘메디치 마돈나 원본 석고상’을 감상하는 동선으로 구성했다.
이코 밀리오레와 마라 세브베토는 “우리는 일종의 행렬이라고 부르는 접근 경로를 고안해 냈는데, 이는 관람객들이 르네상의의 역사적, 예술적 문맥에 푹 빠지도록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마주하기 전에 소개 내용 및 미켈란젤로의 생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전시디자인을 담당한 이코 밀리오레라는 “부산 특별전은 이탈리아의 여러풍경을 재현해 전시관을 찾은 사람들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자유롭게 전시장 공간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비전으로 작품을 만나고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은 개인의 천재성뿐만 아니라 당대 많은 거장들이 만든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있어서 가능했던 문화융성의 산물”이라며 소통과 공유의 문화를 강조하고 “관람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하고 난 후 자신만의 느낌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휴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까지 개방된다. 전시기간 중 평일은 11시와 2시, 주말은 11시, 2시, 4시, 20명 이상의 단체 예약을 하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박정은 기자
[2018년 5월 25일 제100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