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시대정신이 부산만의 특수한 정치권력 지형을 통째로 뒤바꾸어버리는 이변을 낳았다. 이와함께 6.13지방선거는 여성후보들에 대한 경쟁력 제고와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당의 확실한 공천과 지원만 따른다면 여성후보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라는 점에서 큰 성과를 남겼다. 또한 사회적 이슈가 된 미투열풍은 불평등한 권력관계 해소를 위해 여성대표성 확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페미니즘 열풍이 선거운동에 반영되었고, 이를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일부지역에서 상당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향후 선거에서 남성중심의 가부장 정치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수 있음을 예고 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이전과 달리 많은여성후보들이 도전장을 냈다. 출마자 수는 남성들이 더 많았지만 당선자 비율은 남성(42.23%)들보다 여성후보(46.13%)들의 당선비율이 더 높은 것도 특징이다. 부산여성은 특정당의 쏠림 현상은 있었지만 전국대비 비교적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16개 구군 중3곳에서 여성구청장을 배출, 전국 8명의 여성구청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를 부산에서 만들어냈고, 47명의 부산시의원 중 10명의 여성시의원(2014년 6명), 총182명의 구의원 중 65명의 여성구의원을 배출, 여성의원 비율이 처음으로 20퍼센트대에 진입(23.5%)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대표성의 진전에도 전국적으로 기초의회부문에서 여성공천과 당선비율이 높았고, 광역의회에서 소폭 확대된 데 머무른 것은 여성대표성의 한계로 지적된다. 광역의회,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후보공천비율은 낮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에 있어서 질적 성장은 여전히 ‘정체’상태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라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여성의대표성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기초의회에만 머물러 결과적으로 질적인 성장은 없었다”며 “여성할당제의 적용 범위를 자치단체장 선거로까지 확대하는 등 소선거구 다수 대표제 개혁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더 이상 여성의 과소 대표성의 문제가 여성 후보자 개인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공천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한 지방선거였다”며 “공천제도의 혁신과 헌법과 법률 제도의 개선을 통해 남녀동수민주주의의 실현만이 구태정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5월 16일 참의원, 중의원 지방의회 선거 때 남녀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한다는 ‘정치분야의 남녀공동참여 추진에 관한 법률’을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지방선거 관련기사 3면)
김유혜민 기자
[2018년 6월 22일 제101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