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서 해고됐던 KTX 여승무원들이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됐다. 이로써 12년간 이어온 이들의 눈물겨운 투쟁도 끝을 맺게 됐다. 21일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와 코레일은이날 새벽까지 해고승무원의 복직 관련 협상을 벌여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 참여한 승무원 180명에 대한 철도공사 직접고용에 잠정합의했다.
이들에 대한 채용은 경력직 특별채용 방식으로 올해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다만, 이번 노사 교섭을 통해 KTX 해고 승무원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 복직’은 성사됐으나, 승무원들은 사무영역 분야 6급으로 복직되며 추후 KTX 승무 업무를 철도공사가 직접 수행할 경우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해고승무원들은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코레일 승무원에 지원했고, 코레일의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에 고용됐다. 그러나 계약 기간 2년이 지난 2006년 고용 불안에 직면했다. 당시 코레일은 KTX관광레저에 승무업무를 위탁하기로 하고 승무원들에게 KTX관광레저로 이적 계약을 제안했다.
이는 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법망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KTX관광레저로의 정규직전환 제의를 거부하고 코레일에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중 그해 5월 해고됐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이후 단식농성과 서울역 뒤편 40m 높이의 조명 철탑 고공농성등 물리적 투쟁을 벌였다. 삭발과 쇠사슬 연좌 농성도 불사했다. 파업 투쟁 100일째이던 그해 6월 8일에는 KTX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1천500인의 선언을 발표했고, 청와대 행진부터 노동부 장관 면담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쟁을 이어갔다.
해고승무원들은 2010년 8월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으나, 2015년 2월 대법원이 “승무원과 코레일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하지않는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하면서 다시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1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에 KTX 승무원 재판이 언급된 것으로올해 5월 파악되면서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재판거래’의혹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해고승무원들은 올해 5월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10여 년 만에 다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대법원 항의 방문 등 투쟁을 이어가던 이들은 종교계와 함께 오영식 코레일 사장과 면담하면서 복직투쟁에 박차를 가했다. 이달 9일부터는 철도노조와 코레일 간 해고자 복직 교섭이 시작됐다.
그리고 21일 새벽 자회사 취업 없이 소송을 진행한 승무원 180여 명을 코레일이 경력직으로 특별채용 하기로 결론이 나면서 12년에 걸친 이들의 투쟁도 종지부를 찍었다. 코레일 측은 “정리해고로 고통을 겪은 승무원들에 유감”이라며 “사회적 갈등해소, 승무원 당사자의 고통해소 차원에서 합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1일 합의에 대해 “오늘 전국철도노조와 코레일이 KTX 해고노동자 정규직 복직 직접고용 정규직 복직 합의는 온갖 난관에도 당당하고 정의롭게 투쟁한 KTX 해고승무원 노동자들의 승리이자 함께 해온 노동자, 시민사회, 종교계 등 연대의 승리”라며 반겼다. 복직 투쟁을 이끌어온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으며 “13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문제를 끌어오는 동안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싸워봐야 안 되는 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이걸 붙잡고 있는 너희들이 멍청한 것이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으나 저희가 피해자이고, 저희가 옳았기 때문에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고 많은 국민이 지지와 응원을 해주셨기에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정은 기자
[2018년 7월 27일 제102호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