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여성의 나이듦과 정체성
2.여성의 나이듦에 있어서의 일의 의미의 재설정√
3.여성의 나이듦에 따른 관계의 문제-나에 대한 관계 vs 타인과의 관계
4.여성의 나이듦과 건강한 삶
5.여성의 나이듦과 성취의 문제
6.나이듦을 다시 생각한다.
여성의 나이듦에 있어서
일의 의미 재설정
여성에게 있어서 노동의 의미, 특히 나이듦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인간에게 노동은 생존을 뒷받침하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이듦’을 생각하는 동시에, 생존의 영역을 담당하며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노동’을 생각한다는 관점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여 생각해보는 것은 노동의 영역에서 주변화된 타자화된 주체들을 가장 날카롭게 세분화한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령주의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한 시선이 사회적 분열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의 특이성을 고려할때, ‘나이듦’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가는 주변화된 주체들의 ‘노동’을 고민하는 것은 대단히 유의미하다고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노동시장의 진입 장벽 자체부터 노동시장에서의 유지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여성’들의 노동의 문제는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통합의 측면에서도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성’의 ‘나이듦’과 관련한 문제들 중 그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초가 되는 ‘노동’의 문제, 특히 노동시장의 진입과 유지가 어려운 여성 노인의 노동의 실제를 살피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성 노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관련한 여성 노인들의 노동 시장에서의 현황과 실태가 어떠한지 살피기 위해 실제 이들을 고용하기 위한 사업인 ‘노인 일자리 사업’을 평가하여 한계점 등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발전의 방향성을 제언하는 것도 여성 노인의 노동의 문제를 고민하는 대목에서 의미 있는 원포인트가될 것이다.
요컨대, ‘여성’과 ‘나이듦’이라는 이중적 틀속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제 문제들을 여러 관점으로 조명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의 ‘나이듦’이 가져오는 여성 노인의 노동의 문제를 둘러싼 의미의 재설정과 실제적이며 보편적인 고용현황을 알 수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의 평가와 전망을 살피는 것을 시도하며 서울시 출연의 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인일자리의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보는 것에 이 글의 초점을 맞춘다.
여성의 나이듦의 과정에서의 노동의 의미
노년기 여성에게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관련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3년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의 장혜경과 김영란 연구원의 결과와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5월의 보건복지부 비교하여 보았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전자의 경우 ①절대적 생계비의 필요 ②생계보조 ③여가활동으로 ④건강을 위해서 ⑥사회적 기여 및 자존감이라는 항목으로 나누었을 때 생계비의 필요 항목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수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대다수의 노인들이 생계비를 위해 소득이 주어지는 일을 원하며, 사실상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은 소수이기에 수입 있는 일을 기대하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나이듦의 과정에서 노동의 의미는 생존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된다. 2018년 5월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의 경제활동의 영역 조사를 살펴보면, 2014년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 노인은 28.9%이며 경제활동 참여사유는 생계비 마련이 79.3%로 가장 높다. 능력발휘나 건강유지라는 이유는 12.1%로 대조적이다.
이는 2008년 자료에서 살펴보아도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는데 생계비 마련이 85.9%이며, 능력발휘와 건강유지의 이유는 10.4%에 불과하다. 여성노인이 일하는 목적이 사회참여나 소일거리 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노인의 일자리를 위한 정책방향이 여성노인의 취업목적과 신체적 특성 등을 감안한 노동력 특성을 반영한 고용정책이 필요함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의 결과에 의해 나타난 수치 그대로 여성 노인의 노동의 의미를 비단 생계를 위한 것으로 국한시키는 데 그치는 것은 여성 노인의 삶에 있어서의 노동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에 투자되는 시간과 활동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노년기의 노동을 단순히 노동의 쇠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새로운 해석의 안목이 필요하다. 시간과 활동량은 줄어들지만, 노동을 통한 경험과 지혜의 발산이라는 측면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생계대처라는 목표지점을 좀 더 확대하여 일의 개념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까지의 각자의 삶의 경험들을 녹여내어 사회 구성원들의 선배로서의 의미를 부여할 시기가 된 것이다. 윌리엄 새들러는 이와 관련하여 일의 개념을 정의하기를 ‘일이란 마음이 깃들어 있고 의미 있으며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활동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사유는 인습적 형태의 은퇴를 보다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일의 의미에 우리의 개인적인 성취감과 도덕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년기의 노동은 무엇보다 우리가 즐겨하는 좋아하는 일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새로운 정체성의 창조의 뼈대를 마련하는 것에 비중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의 50플러스 재단에서 진행되는 노인 인력의 전문강사 활용은 좋은 예가 된다. 은퇴했지만 전문직에 종사하였거나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던 이들의 인재풀을 적극 활용하여 전문강사로 활용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 개개인에게 큰 성취를 안겨주며 은퇴이후를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 50+축제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버스킹 공연 등을 진행하는데, 이는 공연 등의 일을 했던 이들 뿐만이 아니라 노년기 이전에는 삶의 속도에 밀려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시도해 보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일의 의미가 인생의 후반부에 들면서 생계를 넘어서 확대 재생산되며 사회적 연대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노년기 여성에게 있어서의 일의 의미는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생계의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균형을 차지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과 부산시의 현황
노년기 인력의 활용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가장 실질적인 정책인 노인 일자리 사업이 부산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노년기 일의 의미를 재설정하는 이글의 목적에 비추어 필요한 과정으로 생각된다.
즉 노인 일자리의 내용 등이 생계를 위한 소득의 의미와 함께 노년기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노후소득을 보전하고 사회활동을 증가시키는 보건복지부 소관 노인복지사업으로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를 감안하여 노후소득 보전에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보건 복지부 최근 자료에 의하면 노인일자리 수는 2016년 41.9만개에서 2017년 46.7만개로 증가하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중하위층 노인들에게는 노동경쟁력을 보완하여 일자리를 보충하는 일하며, 한편에서는 사회활동을 지속하여 사회적 소속감의 증가등을 제공한다.
2016년 노인일자리 유형 분류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공분야인 공익활동, 재능나눔과 민간분야인 시장형 사업단, 인력파견사업단,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공공분야의 경우 만65세 이상 지원이 가능하며, 민간부문은 만60세 이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지원 금액 규모로 살펴보면, 2015년 기준으로 공익활동은1인당 12개월 256만원, 재능나눔은 6개월 62만원, 시장형 사업단은 연 200만원, 인력파견형 사업단은 1인당 15만원,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1인당 월 30만원, 고령친화기업은 1개소당 3억원 정도를 지원한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65세 이상 근로 가능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구·군, 노인복지관, 시니어 클럽, 대한 노인회 기타 복지 기관이 수행전담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 노인취업교육센터에서는 취업 준비, 특화 직종, 정보화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대한노인회 부산광역시연합회를 통하여 구직 희망 노인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부산시 노인일자리 사업의 규모는 1917명, 4,173백만원으로 국비와 시비가 50%씩 투입되었다. 만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의 경우 공익활동에, 만 60에 이상의 참여 희망자의 경우 시장형과 인력파견형 대상으로 분류된다. 특히 부산의 경우 어르신들의 고독사 예방과 연계하여 시니어 순찰대 인원확대를 통해 2017년 1000개의 노인일자리를 만든 바 있다.
2017년 추가 예산 소요액이 73억원이며 기존 금액을 합산하면 700억원 규모로 운영되었다. 구에서 직접 수행하는 5개 사업과 시니어클럽, 대한 노인회금정구지회,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 금정구노인복지관, 남광사회복지관, 예닮복지재단의 6개 위탁 기관을 통해 36개 사업이 진행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방향성의 제시
앞서 살펴본 노인일자리 사업의 의미가 확대되기 위해 몇 가지 정책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우선 맞춤형 직업교육과 좀더 전문화된 직업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시의 경우를 참고하여 노인인력의 전문 강사진의 활용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지방 특성을 살린 일자리 탐색 예를 들면, 관광숲 해설사,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한 통역은 자원 봉사가 아닌 보수 지급으로 전환되는것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여성노인의 특성인 친화와 경험과 조화를 반영한 일자리 선정이 용이하여야 하며, 예를 들어 동화구연사 및 생애 구술을 통한 복지와의 연계를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저학력 고령자 위주의 노인일자리사업의 시선을 좀 더 세분화된 항목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어 보이며 원스톱 서비스의형식화를 제고하여 실질적인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업형 노인일자리의 경우 임금수준의 제고 차원에서 사업장의 확대가 필요하며 판로를 부산시에서 확보 해주는 등의 지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할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년기 일의 의미가 생계의 수단이라는 한계점에 머무르지 않음과 동시에 남은 시간들을 의미 있는 인생에로의 완성이라는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공동체 모두의 섬세한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김유진 객원기자
[2018년 8월 24일 제103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