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5일

종합

여성의 나이듦과 건강한 삶



<글 싣는 순서>
1.여성의 나이듦과 정체성
2.여성의 나이듦에 있어서의 일의 의미의 재설정
3.여성의 나이듦에 따른 관계의 문제-나에 대한 관계 vs 타인과의 관계
4.여성의 나이듦과 건강한 삶√
5.여성의 나이듦과 성취의 문제
6.나이듦을 다시 생각한다.



자신의 삶과의 화해

노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면 각자의 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실제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과 오버랩되어 지나가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파노라마의 장면 속 자신을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은 똑같을 리 만무하다.

누군가는 용기 있게 지난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지난 세월 동안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고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즉 지금의 자신으로 귀결된 시간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이라면 그 사람의 앞으로의 삶의 내용도 건강한 모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반대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에, 이런 경우어떤 태도로 노년을 맞이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노후의 건강한 삶은 육체적인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육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노년 시기의 대비와 관련하여서는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들을 소화하기에 힘들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나이듦이 가져올 삶의 변화 중 ‘건강한 삶’이라는 문제를 육체적인 측면보다 정신적·정서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꽤 유의미하다. 신체의 건강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진짜 엔진은 마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는 종교적 확인의 형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을 쓸어버릴 듯 밀려드는 세상의 파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말해 마음을 지키며 살기 위해 각자의 ‘어떤 것들’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이듦의 과정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 정신적·정서적 건재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지속될 경우 가장 흔하게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병증은 우리의 삶을 잠식한다.

우울증이라는 자기와의 불화가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병증 중에서 우울증은 마치 중세시대 흑사병을 연상시키듯 놀라운 속도로 이 사회에 번져가고 있다.

특히 노년의 경우 자식 세대와의 단절 및 일터로부터의 배제로 인한 관계망의 끊어짐은 노인 우울증의 증가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한 연구 중 정준수와 이혜경의 2017년 “생애주기별 우울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노년의 우울진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노년의 경우 인구사회학적 특성에서 성별과 교육수준이 정적으로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우울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우울진입 가능성이 높았다. 농촌지역의 우울진입이 도시보다 높고, 수입 만족도와 가족관계 만족도가 낮을수록, 여가생활 만족도가 낮을수록 진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은퇴와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적 활동의 축소와 배우자나 동료의 상실 경험이 우울증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고, 자연히 사회적 지지가 유지되며 사회활동이 높을수록 우울증으로 진입하는 정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울 진입의 경로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노년기 정신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할 여지를 발견하게 된다. 우울진입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이 사회적 지지가 무너짐에서 온다는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미 우리 사회는 1인 가족이라는 형태의 가구 성장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사회이다. 노인들의 경우, 특히 여성 노인이 1인 가정을 구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가족이라는 범주에서 더 이상 노년의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인 지지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정직한 민낯이라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를 위해 지역적·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이 논의의 장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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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지의 확장


사회적 지지가 노년에도 계속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자가 과감하게 교류의 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야 한다. 생애과정을 통틀어 공적인 일터에서 배제되어 가사노동이라는 재생산 노동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경우이든, 은퇴로 인해 사회적 지지가 단절된 경우이든지 관계없이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가족과의 관계 역시 새로운 출발과 재정립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결혼을 비롯한 여타의 사유로 독립하고 가족으로 부부만이 남은 경우 앞으로의 시간들을 가장 막역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황혼이혼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섭섭함과 차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노년의 때를 함께 맞이할 친구로서 배우자를 새롭게 바라보자. 행여 지금까지 그러하지 못했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노년의 때이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제 맞이할 노년의 때에 진실한 우정을 새롭게 쌓아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노년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배우자를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년에 가족의 지지가 어려운 경우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 현시대적 특징을 감안한다면 가족의 범위에 한정되는 것에서 벗어나 마을의 이웃들과의 관계를 좀더 확장시키고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의 수명은 통상 남성의 경우보다 길기 때문에 여성들의 홀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따라서 여성들은 사회적 지지 확장에 좀 더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계속되는 곳에서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과의 관계망은 갈수록 1인 가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삶의 기초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지지의 저변은 일상의 공간 뿐 아니라 취미와 종교적인 활동 및 노인 일자리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방면으로확장되어야 한다. 노년의 때 타인과의 관계 확장의 여부는 삶의 질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때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두려움 없이 이웃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노년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삶의 긴장을 내려놓고 이전과 다른 삶의 방식으로 나아가보자.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인간은 애초에 홀로 살아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움의 과정에 숱하게 들었던 사회적 존재라는 용어만 보더라도 우리의 삶은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를 수용하는 가운데, 자신과는 다른 어떠함이 때로 불편할 수 있는 상황들 속에서도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살아갈 때 인생에 숨겨진 비밀들을 나누는 기쁨을 누리도록 되어있다.

수많은 개인주의 선언과 홀로, 혼밥과 혼술을 외치는 세상은 일견 편안하고 스마트해 보일지 모르나, 인생의 숨겨진 의미들을 알아내기에 적절한 방식은 아닐 터이다. 서로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나와의 다름을 포용하는 성숙함, 그것은 삶이 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한편, 나이듦과 건강과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질병의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노화는 신체 전반의 세포가 변화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최장수 노인의 기사를 가끔 보지만 우리의 육체적 나이의 최대치를 120세로 어림잡을 수 있다.

건강과 관련하여 질병의 예방과 관련한 넘치는 정보들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여성 고령자의 급성장에 따른 ‘여성건강 연구’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해 본다. 여성 건강분야는 학제 간 교류를 통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는 여성학, 사회학, 보건학, 가정의학, 산부인과 등등의 연계 연구가 필수적이다. 여성의 건강은 출산과 관련된 것에서부터 노동환경 관련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돌봄노동, 감정노동 등에 대한 스트레스 연구 등도 가능하며, 지역사회의 여성건강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검토하는 것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학제 간 연구가 검토된 자료들은 거의 없기에 여성들의 생애주기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각 학제간의 교류 및 임상연구의 실행을 제의해 본다. 고령화 시대 ‘여성 노년의 건강한 삶’이라는 주제는 멀지 않아 새롭게 개척하고 관리 해야할 새로운 분야로 떠오를 것이다. 이를 위한 여성주의 관점에 입각한 각 분야의 연구자들의 연대가 요청된다.


김유진 기자

[20181024일 제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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