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낙태죄(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형사 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먼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라고 전제하고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 및 생명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법의 낙태죄가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상의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꼬집고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낙태는 안전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여성의 건강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바, 낙태죄의 존치는 국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18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낸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낙태를 합법화, 비범죄화 하고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문했고, 세계보건기구 역시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국가는 이러한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 책임을 완수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낙태죄가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 재생산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인권위는 낙태죄가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이나 직장 등 이유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전 조사 등에서 연간 17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낙태죄로 인해 낙태율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낙태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동의 없는 낙태 등의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낙태죄에 대한 위헌여부는 다음 달에 헌재의 최종 판결이 날 예정이다.
박정은 기자
[2019년 3월 25일 제110호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