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의 상징이자, 남성들의 수상 전유물만 같았던 노벨상부문에도 이제 여성수상자들의 탄생이 확대될 전망이다. 2018노벨문학상에 폴란드 출신의 올가 토카르추크(57) 작가와 2019노벨경제학상에 최연소 여성 수상자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에스테르뒤플로(47)교수가 선정됐다.
이중 올가 토카르추크씨는 올해 선정됐지만 2018년 수상자로 선정된 내막에는 지난해 수상대상자가 성추행과 공금횡령 스캔들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수상이 유보되면서, 그냥 건너뛰어 2019노벨문학상 수상자와 함께 두 명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15번째 노벨상수상자인 폴란드 출신의 올가토카르추크 씨는 작가이면서 사회운동가, 신념의 지성인으로 통한다. 폴란드 정치계를 굳은 신념으로 과감하게 비판하는 용기있는 여성이다. 폴란드에서는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작가. 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으며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해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문체로 인간의 고독과 욕망을 탐구해온 그는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2016년 출판된 그녀의 여섯번째 소설인 ‘방랑자들’(2007)은 니케문학상 대상수상작으로 영어판 ‘Flights’작품이 2018년 영국이 수여하는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인터내셔날 부문상을 받게되면서 영국을 비롯해 영어권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1996)은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인 코시치 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니케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폴란드 시사잡지, ‘폴리티카’가 선정한‘올해의 추천도서’로 선정 되기도 했다. ‘태고의 시간들’은 현재 국내에서도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번역본을 발간해 서점가에서 볼 수 있다.
빈곤퇴치 실용적 프로젝트 해법제시
제지간이었으나 후에 부부가 되었다. 사진오른쪽은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
한편 2019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교수는 지구촌 가난 줄이기에 힘쓴 3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여성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최연소 수상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뒤플로 교수는 29세에 MIT최연소 종신교수가 돼 일찌감치 유명세를 떨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게으름이 가난을 초래한다는 통념을 깨고 새로운 접근방식이 빈곤대응책을 제시한 뒤플로교수 등 이번 노벨경제학 수상자는 교육과 아동보건 등 항목을 분야별 나뉘어 가장 효율적인 지원방식을 실증사례와 통계로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뒤플로 교수는 아브히지트바네르지(58)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마이클크레이머(55) 하버드대 교수와 공동 수상자로 바네르지교수와는 부부이다. 인도출신의 바네르지 교수가 프랑스 출신의 뒤플로 교수의 지도교수로 둘은 사제지간이었으나 이후에 결혼해 부부가 되었다.
뒤플로 교수는 29세에 MIT최연소 종신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바네르지 뒤플로교수 부부는 MIT에 ‘빈곤 행동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와 빈곤퇴치운동을 겸하는 단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연구소의 총괄 책임은 공동수상자인 크레이머교수의 아내가 맡고 있을 정도로 세 명은 친분이 두텁다.
이들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상식을 갖고 상금 900만스웨덴 크로나(약 10억8천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게된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노벨위원회는 10월 14일(현지시각) 이들의 선정이유에 대해 “지구촌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이들의 실험적인 접근이 빈곤과 싸우는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연구한 경제이론은 거시이론 중심의 ‘개발경제학’으로 자연과학의 ‘무작위 대조실험’을 적용해 미시적 정책프로젝트를 평가하는 학문으로 재편했다는 평가받는다. 무작위 대조실험의 의학실험 예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무작위로 나눈 뒤, 실험군에는 진짜 약을, 대조군에는 가짜 약을 줘서 치료법의 인과 관계를 분석하는 것.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과서 나눠주기, 구충제 배포 등의 실제 빈곤 퇴치프로젝트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경우에 더 나은 결과를 냈는지 등을 밝혀내 정책을 설계하고 수정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노벨위원회가 이들을 수상자로 결정한 데는 불과 20년 만에 그들의 새로운 실험기반 접근법은 개발경제학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는데 있다.
김유혜민 기자
[2019년 10월 25일 제117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