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여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해 부산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다”면서 “오늘부로 부산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송구함을 느끼고 있으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면서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한다”는 말과 함께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피해자 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을 포함해서 시민 여러분께서 보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잘못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한 오 시장은 “부끄러운 퇴장을 보여드리게 돼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마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바로 이것”이라며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한편, 피해자 상담을 맡아온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즉각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며 “부산이라는 지역공동체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방치한 부산시는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실망과 충격에 휩싸인 부산시민들도 오 시장의 사퇴 기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분노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여성·시민단체들의 성명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