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90여개의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9일 부산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이날 “가해자 오거돈과 2차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고 책임지는 자세로 사죄한다던 가해자 오거돈은 조사 과정에서 ‘이중적인 자아 형태에서 나온 범행’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법원은 어처구니없게도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여 시민들을 더욱 실망과 분노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오거돈 성폭력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는 것, 안전하게 일터로 돌아가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장주리, 한소망 씨는 “언론과 정당은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부산시는 성폭력전담기구가 아니라 시정 전반의 성주류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할 독립적이고 강력한 양성평등담당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상담소와 활동가는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더 이상 소비되지 않고, 위협받지 않으며, 권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까지 새로운 여성운동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여성폭력이 근절되는 그 날까지 성인지적 인권에 대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련합 사무국장은 “오거돈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나 부산시의 대응에 대한 보도는 미미했다”면서 “그간 잘못된 성관념을 가진 고위공직자의 잘못된 행태가 왜 드러나지 못했는지, 어떤 조직문화와 관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심층취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A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범죄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고, 저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어 “저를 보호하겠다는 정치권과 시청의 언론브리핑은 넘치는데 도움은커녕 병원비 지원 등 최소한의 부탁도 확답받지 못해 혼자 멍하게 누워 핸드폰만 보고 있다”면서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퇴 시기와 연관 지어 음모를 의심하는 분도 있는 듯한데 오히려 오 전 시장이 일주일 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내가 제일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크지만 하나하나 헤쳐 나가겠다”면서 “대다수가 분노하는 지점에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의견을 같이할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공대위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해자 “오거돈과 2차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이용을 중단할 것”, “부산시는 피해자와 여성들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것”, “부산시는 성평등 구조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등을 촉구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