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법적근거를 마련해 이에 따른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단법인 부산성폭력상담소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0월 30일 오후 1시 30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미투운동 너머 피해자의 일상을 그리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과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시작됐다.
이재희 사단법인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토론의 주제를 심도 깊게 접근해서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가 제자리를 찾고, 정치적 인식에 휘말리지 않는 대안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본격 토론에서는 오거돈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쏟아진 6개월 동안의 2차 가해를 알리고, 일상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미투운동 이후 사회제도적으로 변해야할 것들에 대한 신랄한 토론이 펼쳐졌다.
이다솔 부산성폭력상담소 팀장은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부터 2차 가해가 시작됐다”면서 “정도가 심한 피해자 모욕성 게시글과 댓글 사례들은 추려낸 것만 300건이 넘고 이 가운데 5~60건을 고소했지만, 관계법령이 없는데다 오 전 시장을 비난하려 한 것이라는 가해자의 말로 불기소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또 “언론의 추측성 허위보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피해자 지원기관을 향한 공격은 상담소의 활동마저 위축되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업무 복귀는 피해자 일상 회복의 시작일 뿐인데도 지난 6개월간 피해자가 겪어온 세상은 피해자에게 일상 회복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최영아 부산시의원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조례’가 만들어져야 하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명아 동아대 젠더어팩트 연구소장은 “권력형 성폭력의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부산시 전체의 현재적 삶과 미래와 직결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체, 해결 주체가 없다”면서 “오거돈 사건은 지역의 성평등 정책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아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오거돈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언론의 문제를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성범죄 보도준칙을 마련하고 워크숍을 통한 내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부산MBC 기자는 “성인지 감수성은 많은 경험과 치열한 공부를 통해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안희정 전 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례를 들어 “성폭력을 조장하는 직장 내 성차별적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대표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10월 29일 ‘부산시 성희롱,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제심사를 벌였다. 이 조례는 다음 달 부산시의회 정례회에서 심사한 뒤 내년 1월 공포, 시행될 예정이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