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년 4월 치러질 서울, 부산시장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발언한 데 대한 여성계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박원순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보궐선거 비용에 대해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관련 이 장관은 “피해자에게 송구스럽다”며 사과했지만, 야당은 이 장관의 사퇴와 여가부 해체까지 거론하며 강력반발했다. 부산지역 여성단체도 목소리가 나왔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장관이 자신의 망언에 대하여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성폭력 피해자를 학습교재 취급하는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한 점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여성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수장의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또 바른인권여성연합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지부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민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며 궤변을 늘어놓은 것을 성추행 피해자들에 대한 N차 가해로 규정하고 여가부 장관의 즉각 사퇴와 여가부의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오거돈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입장을 냈다. “오거돈 사건이 집단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교재인가.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한다. 주변에 피해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나”라며 “영상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정옥 장관의 발언에 대한 여러 논란은 이전에도 문제가된 사안이 많았다.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들을 만들어 세금을 낭비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한 것과 관련, 지난 8월 3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여가부 사업에 대해 국민의 수용성이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입장을 밝혀 국민들로부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왜 국민들이 여가부의 폐지를 외치는 지에 대해서 자성의 태도를 갖고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국민들을 나무라는 적반하장의 뻔뻔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장관은 또 정의연 사태에 대한 대처에서도 여성가족부의 정의연 보조금 지원내역에 관한 야당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일절 불응한 바있다.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태도는 역사적으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이례적 거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계는 “이정옥 장관이 여성의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으로써 보통의 상식과 양심을 갖추었다면, 자치단체장들의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옳다.”며 “오거돈 박원순 여직원 성추행사건이후에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자격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편 부산지역 한 여성단체장은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는 여가부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특히 몰지각하고 무능한 여성가족부 장관의 해임은 시급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시윤 기자
[2020년 11월 20일 제128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