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간지에서도 젠더데스크를 설치 운용하는 등 전담 기자제를 도입, 성인지적 관점에서 기사를 다루고 사건을 바라보는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부산일보(사장 김진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젠더데스크(김효정 부장)를 신설 운용하고 있고, 국제신문도 지난해 4월부터 젠더담당 기자(최승희 기자)를 별도로 둬 운용 1년째를 맞고 있다. 젠더 전담 데스크 신설을 통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기사를 반영하는 이러한 시도는 국내 언론•방송 중 한겨레신문이 최초이고 이후 경향신문이 그 뒤를 이었으며, 방송으로는 KBS가 양성평등심의실을 운영하고 있는 등 모두 서너 곳 정도에 불과하다.
초대 젠더데스크로 5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부산일보 김효정 부장은 “그동안 여기자회에서 다년간 요구해왔던 사안인데 지난해 드디어 반영돼 젠더 전담 데스크가 신설됐다”며 “전임이 아닌 현재 담당하고 있는 라이프부 부장 겸임이라 일이 엄청 많지만 보람은 크다”고 말한다.
실제 젠더데스크 설치이후 부산일보는 크고작은 변화를 이루었다. 그동안 젠더관점의 보도에 충실하는 등 언론사 내부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루다사태, 김종철 성추행사건, 시장후보 여성문제 보도 등 성폭행이나 성추행 관련 기사들을 다룰 때 구체적인 행위묘사, 문장 등을 검열하고 여과없이 데스크로 넘어온 초기 기사에서 문제시 되는 부분을 수정 보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동아대 교수 아내가 남자 출장갈 때 콘돔을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관련 기사가운데 ‘수강생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부분을 수정해, 자칫 ‘수강생이 여성들이라 그 발언이 불쾌하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부분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에 이를 바로잡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습기자 교육에도 젠더보도교육을 정식으로 넣는 등 기자선발과정에서도 실기 심사위원에 여성비율을 높이는데 젠더데스크와 여기자회의 역할이 컸다.
김효정 부장은 “사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수정을 요구하고 문제있다고 지적할 때 마다 같은 동료로서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고 자칫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 이를 악물고 젠더데스크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 부장은 “다행히 이제는 정착이 돼 기자들이 기사 작성하는 중간에 연락이 와서 먼저 단어 사용이나 보도방향 등을 의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며 “아직도 계속 수정중에 있고, 지금은 젠더데스크가 편집국장에게 바로 달려가면 그 자리에서 담당부장과 국장, 젠더데스크가 스탠딩회의를 하고 바로 기사나 제목 수정을 하는 등 신문 제작전에 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은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부장은 “젠더데스크 개인의 부담을 덜고 국장부터 각 부서 데스크들이 같이 노력하는 분위기로 변신한 것 또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성인지 관점의 보도를 통해 성차별적 편견을 예방하여, 독자들이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