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프랑스 파리 등 곳곳에서 여성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꼴로 평생 신체적 폭력 혹은 성폭력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더욱 늘어났다고 9일(현지 시간)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2018년 161개 국가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보고서를 토대로 전 세계 15세 이상 여성과 소녀들의 30%, 약 7억 3600만 명이 일생에 걸쳐 주로 친밀한 파트너의 손에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성명을 발표하며 “여성 폭력은 모든 국가와 문화에 만연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여성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해를 끼친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를 공동 저술한 클라우디아 가르시아 모레노 박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건강 위기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라며 “많은 여성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졌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학대 상황에 처해있던 여성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고립됐고 학대를 가하는 파트너와도 계속 접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학대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여성 폭력 형태라고 밝히고 있다. 조사 결과 15세 이상 여성과 소녀 26%가 파트너 폭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남편 혹은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트너 폭력이 매우 일찍 시작된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여성 중 4명 중 1명이 파트너에 의해 신체적 혹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은 지역별로도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여성 폭력 비율이 선진국에서의 비율보다 높게 나왔으며,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여성 중 절반 이상(51%)이 평생에 걸쳐 파트너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파트너 폭력 비율이 매우 높게 나왔으며 반면 남부 유럽은 16%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긴급한 조치가 절실하다”며 “코로나19와 달리 여성에 대한 폭력은 백신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