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 사업가’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CEO’ 등 다양한 수식어로 소개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이혼하면서 4조 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전 부인에게 지불한 중국의 바이오 기업 창업자 캉타이바이오의 두웨이민(杜偉民) 회장,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베이조스 아마존 CEO, 최근 세계 부호 4위의 막대한 재벌이자 자선사업가로 '모범부부' 이미지를 쌓아왔던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해외 유수의 어마어마한 자산가들의 이혼이 화제다.
한국 대기업 재벌가들의 이혼은 그들이 가진 부의 무게만큼 이혼시 위자료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때문인지 대부분 이혼과정에서 지루한 재판과정을 겪어 좀처럼 쉽지 않은데 비해 해외자산가들의 이혼이 수월하고 시원시원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근 이혼한 테슬라모터스, 스페이스엑스의 대표자인 일론 머스크는 137억달러(약 16조 원)을 보유한 억만장자. 그는 살면서 두 번의 부인을 맞았고 현재는 새로운 상대와 몇 년째 교제 중이다.
첫 부인은 작가인 저스틴 머스크로 2000년에 결혼, 5명의 아들을 두었고 2008년에 이혼했다. 두 번 째 부인은 영국의 여배우 탈룰라 레일리로 드라마 닥터, 영화 오만과 편견, 토르 등 다수에 출연한 바 있으며 2010년에 결혼하여 2012년에 이혼했다가 2013년에 다시 재혼 후 2016년에 다시 이혼했다. 이후 캐나다 출신의 가수이자 프로듀서 그라임스와 교제중 2020년 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이처럼 일론 머스크는 여러 번의 이혼 과정을 거쳤지만, 위자료 문제로 상대를 힘들게 한 소식은 발견하기 쉽지 않다.
2019년 이혼한 제프 베이조스는 부인 매켄지와 이혼 당시 합의금으로 아마존 전체 주식의 4%를 줬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가 383억 달러, 우리 돈 약 44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아마존 주식이 매켄지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이혼’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작가인 매켄지는 베이조스와의 이혼으로 단번에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500대 부자 명단 2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로써 세계 여성 부호 4위의 반열에 오른 매켄지는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현재 재혼한 그는 자신의 자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해외통신에 종종 소개된다. 최근 중국의 바이오 기업 창업자도 이혼하면서 4조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전 부인에게 지불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캉타이바이오의 두웨이민(杜偉民) 회장은 지난 2020년 이혼당시 전 부인 위안리핑에게 회사 주식 32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상당을 넘겨줬다. 캉타이바이오는 코로나 백신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번 이혼으로 전 부인 위안리핑 역시 세계 부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도 27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 최근에 전격 이혼을 발표했다.
빌게이츠 또한 두 사람의 이혼 사유와 재산 분할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혼에 합의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전언이다. 일설에는 부부가 공동 운영하는 세계최대의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매년 초 발표하는 연례 서한을 누가 작성할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다가 부부싸움이 났다는 내용도 있다.
재단의 운영 방향, 세계적 이슈 등에 대한 게이츠 부부의 견해를 장문으로 밝히는 이 연례 서한은 줄곧 빌이 작성해 왔는데, 2013년에 멀린다가 자신도 서한을 공동작성하겠다고 하자 빌이 못마땅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다툼 끝에 결국 빌은 재단의 연례 서한은 자신이 쓰는 대신 멀린다는 별도의 주제로 글을 따로 작성해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이어 2015년에는 두 사람이 연례 서한에 공동 서명을 했고, 멀린다는 자신이 2019년 펴낸 저서 '누구도 멈출 수 없다'(원제 The Moment of Lift)에서 "빌은 연례 서한 업무가 수년간 잘 진행돼왔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그는 어떻게 해야 동등한 것인지, 나 역시 어떻게 하면 한 발 더 올라가 동등해질 수 있는지 배워야 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살면서 일중독인 남편과 여러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극복 해왔다는 멀린다의 회고도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빌 게이츠의 불륜설에서 그 원인을 찾고있지만 어쨌든 이들은 그동안 함께 일궈온 인생 여정에서 이제 각자의 길로 가게 됐다. 원만히 합의로 이어진 만큼 그 새로운 인생길에 멀린다는 일정의 재산분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빌 게이츠는 65세, 멜린다 게이츠는 57세이다.
한국에서도 황혼이혼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못지않게 미국에서도 황혼이혼(gray divorce)이 예전보다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의 이혼율은 50% 수준. 이혼하는 부부들은 대개 결혼 후 수년 이내에 갈라서 50세 이후 부부들이 이혼하는 경우는 줄었지만, 그 이전 세대들보다는 자주 이혼한다는 전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가들은 어떨까. 최근까지 1년이 넘도록 법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노소영회장 부부의 이혼소송건이나, 1년간의 소송 끝에 2006년 전 부인에게 5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하고 이혼에 합의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그리고 이혼하면서 5년 3개월간에 걸친 소송끝에 마무리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사례에서 보듯이 조 단위의 재산분할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합의와 지루한 재판과정은 상대적으로 해외 부호들과 비교되게 한다.
결국 재산분할과정에서 ‘이혼하면 남’이란 인식과 ‘원수’로 돌변하는 낡은 정서와 동고동락해온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재산소유권에 대한 인식의차이는 아닐까.
김유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