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애초의 공언과 달리, 곳곳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탈레반은 15일(현지 시각)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승리를 선언하면서,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프간 현지 여성들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인권 암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탈레반 장악 직후 발생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지난 17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다른 도시에서는 탈레반이 부르카 미착용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수도 카불의 부르카 가격이 10배 급등했다고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캡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 미용실에 붙어 있던 여성의 얼굴 사진을 검은색 스프레이로 훼손되는 일도 일어났다.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여성 이미지로 장식된 카불의 한 미용실 외부가 스프레이로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서양식 웨딩 드레스를 입고 티아라 등으로 치장한 여성의 사진에서 누군가 검은색 페인트로 얼굴 부분을 칠해 지워버린 것이다.
이어 지난 21일(현지 시각) 영국 스카이뉴스는 전직 아프가니스탄 판사 나즐라 아유비와의 인터뷰를 공개 “지난 몇 주 사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젊은 여성들은 성노예로 전락해 이웃 나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또한 어린 소녀들은 탈레반 전사들과 강제 결혼을 강요받고 있으며, 탈레반은 전사들에게 요리를 해주도록 여성들을 강제 동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아유비 판사는 “탈레반 전사들은 요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여성 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더라”라고 상황을 전하며 현지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에 대해 자행되는 폭력을 알렸다.
아유비는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지역 첫 여성 판사로 자유와 인권을 외쳤으나, 탈레반 하에서의 자신의 지위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집권하는 동안 온몸을 가리도록 하는 이슬람 전통 의상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고 여성들의 취업과 교육을 제한하는 등 여성들을 억압해왔다.
아프칸을 다시 점령한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와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성 인권이 다시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