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남지역 여성·시민단체가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양산 데이트폭력 관련 기자회견하는 모습(사진=경남여성회)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양산 데이트 폭력사건’의 가해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사)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여성·시민단체들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잔혹한 데이트 폭력에 4년의 실형은 당연한 결과”이며, “데이트폭력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은 사귀던 남자친구로부터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해 얼굴 뼈가 골절됐고, 그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진 데다 후각 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잔혹한 폭행 사건임에도 가해자가 소환조사에 응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가해자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 집 앞을 찾아가는 등 다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여성·시민단체들은 입장문에서 “잔혹한 데이트폭력에 4년의 실형이 선고된 점은 당연한 결과”이나 “사건 직후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덜고자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했다”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데이트폭력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대책을 요구했지만 그 대책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데이트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법적, 의료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부실한 경찰의 초동 대응과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않은 판결,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제도가 없는 문제는 데이트폭력에 있어서 고질적인 병폐”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고 폭행 영상이 공개되지도 않은 수많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아무런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건 대응 매뉴얼을 즉시 마련하고, 가해자가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데이트폭력을 사소한 문제, 개인의 문제로 여기며 가볍게 처벌하는 관행을 탈피하고 이번 사건처럼 엄중하게 처벌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들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고, 신고 한 이후 피해자로 올곧이 보호받으며 사건을 진행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의료적, 심리적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