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부산지역의 여성·시민단체와 진보 정당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부산지역의 여성·시민단체와 진보 정당들이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성평등을 촉구하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부산여성단체연합과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민중연대 등 총 24개 단체 소속 100여 명의 참가자는 8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의 경험과 관점으로 재단된 여성폭력을 끝장내고, 여성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책에 젠더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은 김재남 민주노총부산본부장,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순애 (사)부산여성회 대표, 서지율 (사)부산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발언을 통해 3.8 여성의 날의 정신과 의미를 계승하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출 것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908년 3월 8일은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날”이나 “1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 여성들의 빵과 장미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고된 여성 노동자, 일상의 폭력으로부터 안전을 위협받는 여성 청년들의 생존권, 여성이 지워진 재난의 시대에 여성들의 참정권은 과연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라며 “재난은 여성과 함께 소수자의 얼굴 또한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권은 오히려 축소됐으며, 노인들의 일상은 가정과 시설에서 백신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을 넘어서는 길은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라며 “더는 여성들이 혐오와 성폭력, 성차별로 죽지 않고 평등한 일과 생활, 돌봄이 가능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더 이상 돌봄은 여성의 노동이 아니며, 저임금 노동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저임금,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함께 일하고 돌보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남성중심적,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바꾸고, 모든 고용과정에서 성평등을 확대해야 하며, 기업과 정치·사회 전반의 의사 결정 기구에 여성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은 “우리는 차별 철폐를 넘어 이주민과 장애인, 성 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소수자와 함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여성의 날 기념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송상현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부산시청 앞에서 송상현광장까지 행진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만 오천여 여성노동자들이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후 유엔이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