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침선공예명장 송년순 송이한복연구회 회장은 평생 침선장이로 살아오면서 전통복식연구에 몰두해온 한복인생 40년, 올해만큼 보람있는 해는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다.
지난 4월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열린 2022부산공예명장전에 이어, 4월 25~30일 부산 동구청 송이전통복식연구회 회원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에서 ‘종이이야기’를 주제로 열린 한옥 특별관에 송회장의 한지로 만든 전통복식이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부산공예 명장전에서는 그가 평생 연구해온 전통복식과 출토복 재현 작품 중 고종황제 강사포, 동래부사 송상현 상복 등 명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굵직한 작품을 선보였고, 이어 동구청에서는 조선왕실복식을 엿볼 수 있는 대작 여러 점을 전시해 청사를 찾는 시민들에게 왕실복식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이후 회원들과 함께 개최한 동구청 전시회는 조선시대 궁중복식 위주로 선보였고 특히 시대별 조복으로 신경유 조복, 일창군 조복 일자형, 조선말기 당상관 조복(천연염색), 고종황제의 조복 강사포 등을 제작 전시회 눈길을 끌었다.
송년순 회장은 “비록 전시장 한 켠의 작은 작품 코너지만 회원들의 자부심과 감격스러움이 컸다. 조상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온 전통복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져가는 현시대에 되도록 소재와 봉재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우리의 복식을 연구하고 계승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하고 시민들로부터 격려도 받고싶다”고 말했다.
송 회장이 올해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아랍에미리미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에 그의 작품이 전시되면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UAE에 소재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 지난 5월부터 오는 7월까지 열리고 있는 ‘종이 이야기’ 특별전에 송회장의 한지 수의가 한국관에 전시되는 영예를 얻은 것. 지난 2년여에 걸쳐 기획 전시된 루브르 아부다비 종이이야기 전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종이의 역사와 활용을 보여주기 위해 전 세계의 지류 문화유산 1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은 대형 기획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특정 국가의 ‘집’이 독립적으로 마련된 것 한국이 유일. 전시 기획에 참여한 루브르 박물관 소속 문화재 복원가 김만중(35)씨가 “종이에서 태어나 종이에서 죽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종이와 종이에 관한 전통과 역사를 현지에 소개하는데 그 기여가 매우 컸다.
그 덕분에 송회장의 한지 수의도 당당히 전시무대에 올라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출품한 한지 수의는 고려문화연구원 문광희 동의대 명예교수의 고증에 따라 송년순 회장이 제작한 문경 외발뜨기 한지 수의다.
송년순 회장은 “현지 전시되고 있는 한지 수의는 여러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는 문경의 외발뜨기 한지를 수급하는데 도움을 줬고, 문광희 동의대 명예교수께서 고증을 해주셨다. 조선중기 이전까지 선비들은 수의를 따로 만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의복 중 가장 좋은 흰색 도포를 수의로 입었다고 한다. 원래 수의는 도포안에 많은 복식을 갖춰입어야 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에 한지로 제작된 수의 도포는 그 공간에서 충분히 삶과 죽음의 의미를 조명하는데 역할을 다했고, 종이로 표현될 수 있는 복식세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박물관에 손수 제작한 작품이 전시되고 우리의 복식문화가 알려지는데 기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한복인생에 매우 큰 보람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유혜민 기자
[2022년 6월 24일 145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