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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고 토론하며 참다운 삶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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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대우서점 대표  
 
 
손가락만 까딱하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 검색이 사색을 대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 만 들여다본다.

여가시간의 대부분도 TV 시청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율과 독서시간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독서빈곤의 시대에도 자발적으로 모여 읽은 책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며 소통하는, 햇수로 4년 된 독서고수들의 모임이 있다.

10월 모임에는 데이비드 코딩리의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읽고 모인다고 하는데 예사롭지 않은 책 선정과 진지한 모임 분위기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보수동 책방골목 안 대우서점을 중심으로 모인 '대우독서회'.

이들은 지난 2013년 말에 모였다. 모임의 구심점은 이곳에서 38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우서점 김종훈 대표이다. 김 대표는 "모임 회원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서점에 책을 사러오던 단골 고객들인데 책 읽기에 빠져있는 그들을 보면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면이 있었기에 책을 읽고 만나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모임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것.
 
이렇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첫 해에는 회원의 집에서, 다음 해에는 조용한 커피숍 등에서 요즘은 보수동 책방골목문화원에서 독서모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직업군도 선장, 교사, 임상병리사, 해상교통관제사, 도서관 사서 등등 다양하다.
 
대우독서회는 토론 전에 다 같은 책을 읽고 모인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발표 또는 특강을 하면 경청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저자나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분야에 제한이 없는 만큼, 독서회에서 그간 다룬 책들은 다양하고 방대하다.

△영시, 한시, 일시, 시조감상 △천체물리학 △항해의 역사 △커피특강 △꿈꾸는 뇌의 비밀△박노해 시집 △편지특강 △공공도서관, 사서업무 △우리대중가요역사 △달라이라마와의대화 △노동에 관하여 △한길사 주최 독자와의 만남 △최영철의 금정산을 보냈다 등등 독서범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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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독서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는 모임이다.  

독서회 회원 김은숙 씨는 "독서모임 활동은 일상의 업무를 떠나 책을 소재로 감성을 공유하고 때로는 개인적인 일들에 관한 얘기도 나누면서 인간관계의 틀이 넓어지고 지식과 삶이 풍요로워져요. 책이 매개가 되어 다양한 직업군의 생각과 삶을 엿보고 그로인해 저 자신의 사유가 깊고 넓어지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허수자 씨 또한 "회원 분들이 제가 일하는 분야와는 다른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제가 경험하지 못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좋아요"라고 했다.

각자 주어진 삶의 영역에서 생업으로 바쁜 일상가운데서도 꾸준히 책 읽기를 하고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여 지식습득을 넘어 삶의 에너지를 수혈 받는 대우 독서회 회원들.
 
김종훈 대표는 "요즘 서점에 대학교재를 사러오는 대학생들을 보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사야 될 책을 선택하고 판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검색해서 얻는 단편적인 정보는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으며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해 얻는 것이 진정한 지식" 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서점을 운영해 온 세월에 비해 독서회의 시작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서점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독서회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알려면 시장에 가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현재 보다 좀 더 나은 우리의 미래는 독서의 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 풍요로운 독서 환경조성에 앞장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렇게 소소한 독서모임들이 활성화 되고 국민적인 독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어떤 독서정책보다 자연스럽게 독서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가지 않을까?

 
박정은 기자
[20161025일 제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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