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구매자 처벌강화 성매매 여성 전면적 비범죄화
서울북부지법 위헌법률심판제청 여성계 문제지적
서울북부지법 형사 4단독 오모 판사가 2012년 9월에 성매매행위로 기소된 여성이 신청한 '성매매 특별법 제 21조 1항'의 위헌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것과 관련 여성계와 인권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한국여성민우회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부산지역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등은 지난 10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한 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서울 북부지법 형사 4단독)과 관련 폭력과 착취로 이루어지는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칫 성매매특별법의 제정취지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며 공식 논평을 냈다.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 결정문에서는 "법률제정 경위의 적절성과 성매매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자 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해 교화가 아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착취나 강요가 아닌 인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써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변화된 사회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특정인을 위한 축첩행위는 처벌되지 않고 있으므로 차별이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차별적 범죄화와 국제협약간의 충돌을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관련 여성 및 인권단체는 "오판사는 성착취 행위로서 성매매와 개인 간의 성행위를 혼돈하고 있다"며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성매매특별법의 제정목적과 취지를 호도함으로써 일반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성매매에 관한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사고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오판사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이 "현재 거대한 성산업 구조 안에서 성착취피해를 입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해있는 현실인식은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성산업의 엄청난 규모와 착취, 여성들의 인권침해상황,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선택권이 제한된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마치 개인 간의 자유로운 성행위로 혼돈하면서사회구조적 문제인 성매매문제를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여성인권단체는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착취행위"임을 강조하며 "이번 판결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해 점점 더 불관용의 원칙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회분위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성별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시키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지속시킬 우려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산업 착취구조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국가책임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집행이 성매매여성을 범죄자로 취급하여 여성을 처벌하고 알선행위자와 구매자에 대한 낮은 처벌로 법실효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들을 비범죄화 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닌, 성매매특별법의 제정취지를 후퇴시키면서 오히려 일국적 차원을 넘어초국적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성산업을 활성화하는 역풍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적극적 대응을 시사했다.
또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운동단체가 성매매특별법제정운동을 하게 된 것은 윤락행위방지법이 성산업구조 속에서 성매매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성구매자 남성과 성매매되는 여성만을 처벌하면서, 특히 성매매 되는 여성을 타락한 여성으로 비하함으로써 성매매문제가 성매매 되는 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지난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은 성매매산업의 구조의 주체인 포주와 알선자, 성구매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였으나 통과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되는 여성이 강요에 의해서 성매매 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발적 성매매로 보아 처벌을 하는 한계가 있어 그동안 여성단체 차원에서 성매매되는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위원장 김진)도 "이번 결정이 제기한 여성에 대한 처벌 부당성 논의는 결코성 매수를 한 남성에 대한 비범죄화 논의로이어져서는 안 된다" 며 "오히려 이번 위헌제청을 계기로 국회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입법 논의를 조속히 진행하고, 법원은 엄중한 법적용을 통해 성 착취 행위근절을 위한 성매매 알선자·성매수 남성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유혜민 기자
[2013년 1월 25일 제38호 2면]